백년 동안의 고독

by 이은주

"집에 가야겠다.. 또 똥이 마려워."

엄마는 진짜 곤란하다는 얼굴이다.


"집에 가면 안 막히나. 그냥 볼일 보고 물만 내리지마 엄마. 내가 치울게. 맨날 보는건데."

"난 내 똥인데도 싫은데.. 우리 집에 그런 사람없는데.. 넌 아빠 닮았나보다."


또.또. 노인은 내 마음에 불을 지르려고 한다. 이럴 땐 <백년 동안의 고독> 독백을 빌려와 힘을 얻어야한다.


'그는 더 이상 지난 과거로 힘들어 하지 않는다'(나중에 확인)

우리 집에서 아빠 닮았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다. 엄마의 똥을 치우는 딸에게 되돌아오는 건 욕이다. 나참.

어쨌든 돌봄을 마치고 집에 오자 엄마는 내 말대로 변기 물을 내리지 않고 계셨다.


퇴근 길에 철물점에 들러 2500원 주고 산 집게를 엄마에게 보여드렸다. 60cm의 길고 세련된 집게다. 동그란 테니스공을 자르는 일은 생각보다 어지러웠다. 물 속에서 회전을 하며 도는 것이었다. 성공. 세 동강난 똥이 변기 속으로 빨려들어갈 때 묘한 성취감을 느꼈다. 린스를 꺼내 집게에 분사하고 물 속에서 휘휘 젓는다. 샤워기로 헹군다. 이제 엄마의 화장실용 집게는 화장실 라디에이터 사이에서 대기중이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블랙 집게가 어떻게 화장실 소품이 되었는지..

나는 집게의 쓸모에 감탄하면서 엄마에게 보고한다.


"이제 화장실 쓰셔도 돼요."

엄마는 기뻐도 자세히는 묻지 않았다. 오늘의 평화를 <백년 동안의 고독>에게 돌리며 우린 하우스 딸기를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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