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로 갈거여."
뮤즈가 앞서고 뮤즈의 손가방을 든 내 등뒤에서 제우스는 말했다.
'참말로 갈거야.도배.장판을 누구 때문에 하는데..'
그 말에는 그런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새벽부터 도배.장판을 하러 일하는 분들이 오면 뮤즈는 좁은 방에서 이리저리 짐을 피해 움직일것이다. 생각만 해도 복잡해서 하루 우리집으로 모시기로 했다.
뮤즈에게는 코로나 이후 첫 외박이다. 가을의 강변북로를 타고 달리는데 하늘은 어찌나 맑은지 가슴이 다 시원하다. 내가 왜 해방감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뮤즈가 하루 요양보호사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했을 때 제우스는 '가서 성가시게 하지 말라고' 못 가게 하셨다.
그런 남편이 길을 막을까봐 '참말로 갈거여'라는 말에 뒤도 안 돌아보고 엘리베이터 앞에 선 뮤즈가 결연해 보였다.
난 뮤즈의 등뒤에서 명절이 오면, 그것도 풍요로운 추석이 오면 사람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게 아닐까고 생각했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 집으로 돌아온 정명이가 뮤즈가 오신 걸 보자 너무 좋아했다. 어린이에게 손님이 오는 것은 항상 신나는 일이다. 코로나 때 아이를 맡길 곳이 없으면 뮤즈의 허락을 구하고 아이를 데리고 재가방문을 했던 적도 있다.
이렇게 우리는 상호돌봄을 하는 관계로까지 발전했다.
뮤즈는 목이버섯이 듬뿍 든 잡채를 좋아한다.
저녁에는 그동안 갈고 닦은 채써는 솜씨를 발휘하여 잡채를 만들었다. 잡채만 있으면 한국의 상은 갑자기 꽃이 피어난 것 같다. 뮤즈가 식사 후 침대에서 쉬고 있자 뽀삐도 뮤즈의 곁에 가서 눕는다. 이상하다 뽀삐도 낯을 가리는데 뮤즈가 좋은가보다.
고모 저는 저녁만 되면 쓸쓸해요,
정명이가 요를 까는 동안 베란다 의자에 앉아 기다리며 말한다.
나는 잠시 일손을 멈추고 아이를 안아주러 간다.
그렇구나. 사람들은 다 저녁이 되면 쓸쓸해지는 법이야. 그걸 언어로 표현하는 너는 시인이구나.
정명이는 뮤즈에게 침대를 내어주고 방바닥에 요를 깔고 누웠다.
저녁만 되면 쓸쓸해지는 아이와.
아주 오랜만에 남편을 떠나 외출한 뮤즈와
동네 참견을 비둘기에서 새벽 신문배달까지 두루하는 뽀삐가 한 장소에 모여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