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엄마

by 이은주

엄마는 비밀 녹음되는 볼펜 광고지를 오려서 사달라하신다.

녹음해도 귀가 안 들려서 소용 없다고 하니까 이번엔 이어폰 광고지를 오려서 돈줄테니 사달라고 하신다.


비판적이던 성격은 의심하는 성격으로 심화과정을 겪고 있어서 둘만 있으면 괴롭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엄마의, 엄마가 아닌 모호한 실체와 마주보며 나는 혼란스러워 설거지를 한다.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오르락내리락 한다.

나도 안다 마주앉아 대화해야한다는 것을. 긍정의 언어로 그 볼펜 삼십 만원이나 하니까 다음 달 월급 타면 사드리겠다고 완곡 어법을 쓸걸. 거기서 귀 안 들리니까 소용없다는 소릴 해서 매를 벌었다. 다른 뮤즈에게는 정말 다정하게 대하면서 공정하지 못한 건 인정.


그래도 엄마, 지난달에 보청기도 사고 에어컨도 설치하느라 지출이 많았는데 녹음용 볼펜은 나중에 사자. 이 말은 죽어도 안 나오는 게 엄마여서 그럴 것이다. 아이에게 돈이 없어서 이번달 학원 쉬자고 말못 하는 것과 똑같이.


그래서 일정표에 엄마 고발용 일지를 적으며 후련해하고 있다. 근처에 대나숲이라도 있으면 내가 거기다 대고 일러줄텐데..


찾아보니 인터넷에 싼 것도 많다. 녹음 볼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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