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가 왜 병원을 빙빙 돌지

by 이은주

얘가 왜 병원을 빙빙 돌지.
담당 교수 진료실부터 가자니까.
뭐? 채혈을 한다고.
여기서는 담당 교수가 대장이라 그냥 가서 진료를 봐도 된다니까 그러네.
놔, 놔.
왜 잡아. 피 안 뽑는다구.
피는 뽑았지만, 소변 검사는 어디 내가 하나봐라.

기다리라구? 저기 선생님 얼굴이 보이는데.
놔, 놔.
아, 선생님. 역시.. 들어오라잖아.
내가 아까부터 여기 오자는데 얘가 말을 안 들어.
그동안 약 먹었냐고? 먹기도 하고 안 먹기도 했지.
10시 반 순환기내과는 진료 왜 안 받았냐구?
여기 먼저 오려고 했지.

가자.
약 필요 없어.
여긴 어디야? 아, 배고파. 식당으로 가자.
아니, 아니 저쪽.
뭐라고 검사를 해야 한다고?
검사 필요 없다니까!
화장실 가야해.
저기, 내가 청각장애인데 출입구가 어디에요?
혼자 가면 돼지.
누구야? 왜 그래.
놔아.

뭐라고 속닥거리니?
얘 참 이상하다. 가자구.
왜 네가 마음대로 하고 그래.
혈당, 혈압이 전혀 관리가 안 되어도 나는 죽을거니까..
아, 배고파. 집에 가자.

이상은 엄마의 눈으로 본 하루였다.
결국 엄마와 나는 하루 종일 빈속으로 응급실에서 검사만 하다 입원실이 없다는 이유로 외래(실현 불가능하거나 그날의 기분에 따라 좌우될)를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24시간 엄마와 밀착해 있는 동안 엄마는 오전에 공격적이고 정보 오류가 있었으며 잘못된 정보로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오후가 되자 조금씩 회복되었으며 밤에는 내가 저녁 안 먹은 것을 걱정하며 식사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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