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에는 내가 응원하고 있는 흰눈이라는 패키니즈가 투병중에 있는데 잘 먹지 않아 2.5kg이었다. 어느 날 흰누니 피드에 이런 글을 발견했다.
대신 아파 주고 싶었던 11월도 무사히 잘 보내고 이제 2023년 딱 한 달 남았어. 흰 누나 사랑해 고마워.
흰누니가 스스로 밥을 먹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왔다. 돌봄이 다르지 않다. 내가 엄마의 돌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나 흰누니 보호자가 어떻게라도 먹게 하려고 자주 조금씩 끼니를 준비해주는 것이나..
평소에는 용기가 필요한 댓글을 적었다.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애완견처럼.
응원합니다. 너무 너무 훌륭해요.
이후 흰눈이 보호자의 답글이 달렸다.
작가님 늘 따뜻한 응원 감사합니다. 어머님 돌봄 피드를 보는데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이분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셨구나 돌봄으로 온통 정신을 집중하고 있고 돌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하구나.
내가 흰눈이를 특별히 애정하는 것은 옛날 이야기 같은 덩어리가 몇 개 있다. 우리집에도 흰눈이와 꼭 같은 패키니즈가 있었다. 이름은 그때 내가 번역하던 책에 인용된 책 제목에서 따왔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엘리스. 엘리스는 유기견이었는데 동물병원 원장님이 보호자를 찾고 있었다. 그 당시 형제들 중에서 독신이었던 이모가 인지증을 앓고 있던 할머니를 3년 동안 케어하다 돌아가시자 몹시 힘들어하셨다. 나도 어린시절 일하는 엄마대신 할머니가 키워주셔서 할머니를 사랑했다. 주말마다 할머니를 이모와 함께 케어했다. 나는 할머니를 따라 죽고 싶을 정도로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러니 혼자있을 이모가 몹시 걱정이 되어 이모 생일에 엘리스를 선물했다. 이제는 다 귀찮다며 강아지조차 돌볼 힘이 남아 있지 않다던 이모는 엘리스를 거부했다. 내가 이모댁에서 엘리스와 노는 동안 이모 마음이 바뀌었다. 그럼 일주일만 두고 가. 이모는 엄마를 잃은 슬픔에서 엘리스를 돌보는데로 신경이 가게 되었고 나는 기뻤다. 그랬던 소중한 엘리스가 하늘 나라에 간지도 꽤 되었다. 나중엔 걷지 못해서 소변시트까지 가더라도 주저앉아 버리던 엘리스의 마지막을 아니까, 나는 마지막까지 힘내서 사는 생명체의 어떤 신비와 감동과 숭고함을 흰눈이에게서도 느꼈다. 엘리스가 죽은 후 한참 있다가 이모는 말했다.
죽고 싶고, 죽을 까도 생각했는데 내가 죽으면 남겨질 가족(형제자매들, 아직도 어린이날이면 용돈을 받는 조카인 나 등등)들이 마음 아플거 아니야.
그 말속에 담긴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에 나는 또 감동했고 안도했다. 지금 번역하고 있는 그림책이 나오면 제일 먼저 흰눈이에게 선물하고 싶다. 흰눈아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