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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Jan 01. 2024

치매 걸린 어머니께 요양원에 모시려 한다고...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치매 걸린 어머니께 요양원에 모시려 한다고...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글 : 이은주 / 요양보호사, 작가, 일본문학번역가 2023-07-24

From 경기도 거주 H씨
저는 치매에 걸린 70대 어머니의 수발을 들고 있습니다. 제가 가족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여서 그동안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엄마와 단둘이 생활해 왔습니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돌봄 노동에 몸도 마음도 지쳐버렸습니다. 결국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기로 결심했습니다. 죄책감이 들지만 대신 그곳의 생활이 불편하지 않으시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요양원은 어떤 곳인가요?
어떤 일상으로 흐르는 곳인지, 어떤 물건을 챙겨 드려야 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요양원의 모시고자 한다는 말을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주실 수 있을까요.

To.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혼자 돌보는 H씨에게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려고 하는데 요양원 생활이 궁금하시다고요.
요양원의 아침은 일찍 시작됩니다. 7시에 양치와 세수를 하고 8시쯤 아침 식사를 하지요. 10시에 간식을 드리고 기저귀 케어가 들어갑니다. 12시 점심식사를 하고 점심 식사 후에는 또 기저귀 케어를 합니다. 그 다음에는 목욕준비를 합니다. 요일별로 나누어서 하기도 해요. 4시쯤 간식을 먹고 6시에 저녁을 드시고 기저귀케어를 합니다. 7시에는 TV를 보시거나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요. 발마사지기로 마사지를 받기도 하지요. 활동이 가능한 어르신의 경우에는 요양원으로 봉사를 오는 선생님들과 노래를 부르거나 만들기 등을 하기도 해요.
재일조선인 양영희 감독의 <수프와 이데올로기>에서 감독은 치매로 혼자 생활할 수 없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우리 집이 두 개지요? 2주 동안 영희가 일하고 올 때까지 혼자 집에 못 있으니까 다른 집에서 생활하고 계시면 제가 일하고 올게요.”


양영희 감독은 엄마를 시설에 모시면서 집에서 보내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생활하도록 배려하기 위해 또 다른 ‘우리 집’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아이들도 평소에 애착관계가 돈독하면 분리불안이 없이 어린이집에 적응하듯이 어쩌면 치매인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실 때 설명하는 동안 따님 자신도 평안을 얻으실 거예요. 왜냐하면 아침이 오면 어머니를 만나러 요양원에 갈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부디 어머니를 버렸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서 어머니 돌봄을 위해 자기 돌봄의 지혜도 함께 가져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10년, 20년 간병에도 지치지 않지요. 지속가능한 돌봄을 위해 돌봄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시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엄마의 엄마가 되기 위해 더욱 소중한 내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돌봄이 지닌 진정한 가치를 실현시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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