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어머니는 와상 환자이시고, 주로 아버지께서 집에서 돌보고 계십니다. 저는 서울에 살지만 분가해 따로 살다보니 자주 방문이 어려워서 재가 급여를 신청해 요양보호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게 되었어요. 다행히 너무 좋은 분을 만났습니다. 어머니께 영양죽도 잘 만들어 주시고 심지어 아버지 반찬까지 만들어 오신 적도 있어요.
그래서 명절에 인사차 사례비를 제가 20만원을 챙겨 드렸습니다. 문제는 아버지께서도 인사차 10만원을 주셨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거예요. 저에게 사례금 받으실 때 이미 아버지로부터 받았다는 말씀을 왜 안 해주신 걸까요? 저는 그 일로 서운한 마음이 들어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어요. 이런 일로 속상해하는 제가 이상한 걸까요?
To. 요양보호사 선생님에게 감사하면서도 서운한 C씨에게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은 C씨의 선한 마음이 잘못 전달된 것 같아서 서운하셨겠어요. 돌봄에 관여하다 보면 거리지키기를 잊고 마치 가족의 일부처럼 되어버리기 쉽습니다.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 만들어주신 영양죽이 냉장고 가득 있는 사진도 보고, 만들어주신 아버님의 반찬거리 사진을 보면서 요양보호사 선생님은 재가방문 3시간이 아닌 그 이외의 시간도 어머님 케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가돌봄 안에는 일상생활 지원, 병원 동행, 정서 지원, 가사지원 등을 골고루 지원하게 되어 있는데 대략 80분, 20분, 80분 씩 나누어서 지원하고 있어요. 돌봄 대상자인 어머님의 영양죽은 물론 아버님의 아버님의 반찬거리까지 만들어 주신다면 그것은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있지 않고는 사실 어려운 일입니다.문제는 명절 사례비를 따님에게도 받고, 아버님께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왜 요양보호사 선생님은 따님에게 말씀을 안 하셨을까요? 이 부분을 확실히 하지 않고서는 서로에게 상처로 남을 것이 뻔합니다.
저는 하나의 다른 사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80대의 노부부가 살고 있는 요양보호사의 경험담입니다. 명절에 노부부는 각자 10만원씩 봉투에 준비하여 요양보호사에게 명절 사례비를 주었습니다. 제일 먼저 바깥 어른께서 아내를 잘 부탁한다며 봉투를 주시고 외출을 했습니다. 문제는 그 전날 돌봄을 받는 아내 분께서도 미리 요양보호사에게 명절에 쓰라며 떡값 10만원을 주셨던 것입니다. 요양보호사가 전날 받았으므로 못 받겠다고 돌려드렸으나 바깥 어른께서는 봉투를 두신 채 나가버리셨던 것입니다. 요양보호사는 바깥 어른에게서 받은 봉투를 다시 아내 분께 돌려드렸고, 결과적으로 이 에피소드는 해피엔딩이었습니다.
어머니도 걱정이지만 어머니를 돌보는 아버지도 걱정이라면 저는 조금 더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돌봄에도 첫사랑과 같은 돌봄이 있습니다.
자신의 가정을 돌보며 요양보호사를 하는 분이 어르신 댁의 반찬까지 걱정되어 만들어 가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분명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는 첫사랑과 같은 돌봄을 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돌봄은 아직 숙련되지 않아서 거리 지키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순수하고, 더 진정성 있는 돌봄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안타까운 것은 적당한 선에서 거절하지 못한 요양보호사 선생님의 미숙함으로 인해서 그동안 진심으로 돌본 마음까지도 선의로 여겨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돌보는 대상에게 사랑을 줄 때 받는 사람도 사랑에 응답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따님은 따님대로, 아버님은 아버님대로 요양보호사 선생님과 관계를 맺는 것이지요. 돌봄은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작용이 일어나기에 선의로 시작한 일이 선의로 받아들여지도록 서로 조심하고 노력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소박한 핸드크림을 정성껏 포장해서 드려도 고마운 마음은 전해지지 않았을까요? 감사의 마음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제안이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요양보호사를 불신하는 마음이 조금은 풀렸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말할 타이밍을 놓쳤을 수도 있겠고, 어떻게 거절해야 하는지 당황한 순간 이렇게 벌어진 일일지도 모릅니다. 요양보호사도 이런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을거예요(이런 문제가 있을까봐 요양보호사는 원칙적으로 선물을 받지 않기로 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