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께서는 원래 고혈압과 당뇨약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아버지께서 좀 이상하니 병원을 모시고 갈 수 없겠느냐고 하시는 거예요. 직장에 월차를 내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갔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정기검진에 필요한 체혈부터 거부하시는 거예요. 깜짝 놀랐습니다. 간호사와 저는 아버지 어깨를 붙잡고 강제로 겨우겨우 재혈을 강행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후 그날부터 고혈압, 당뇨약을 안 드시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죽을건데 약을 먹어서 뭐 할 거냐'며 소리까지 지르시더군요. 치매 초기가 아닌가 의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검사를 거부하고 있으세요. 몸이 약한 어머니께서 과격한 행동을 하는 아버지를 병원에 모시고 가는 일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물론 아들인 제 말도 듣지 않으세요. 평소에 아버지와 관계가 썩 좋지는 않았는데 ,그런 탓에 제 말을 안 들으시나 싶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To. 아버지께서 약을 안 드셔서 걱정이 많은 S씨에게
아버지께서 약을 안 드신다니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고혈압, 당뇨약을 계속 드시던 분이 안 드시면 혈당 관리나 혈압 관리가 안 되셔서 건강에 무리가 올텐데요. 담당 선생님과 상의하셔서 약을 갈아서 드려도 몸에 해를 끼치지 않는지 확인하시면 어떨까요? 가루약으로 처방받을 경우 아버님께서 복용하기 한결 수월해질 것입니다. 가루약 처방이 안 되면 알약을 절단하거나 분쇄하는 약 절단기를 검색해보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거예요. 예전에 약국에서 썼던 약 절구도 판매하고 있으니 약을 드리기 전에 갈아서 딸기쨈이나 요플레에 섞어서 드려보면 의외로 문제해결을 쉽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버님께서 치매 검사를 거부하는데는 어떤 이유가 있는지 우선 함께 생각해 볼까요?
치매 검사를 하고나서 치매 판정을 받으면 아버님은 사회적인 입장 하나를 잃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행사하던 모든 것에 아내와 자식이 개입을 하도록 인정하는 것입니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이런 처우를 받게 된다고 생각하면 몹시 두려워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평소에 자식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서 말을 듣지 않는 게 아니라 치매를 인정하기 어려워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이해하시면 아버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앞으로는 어머니께서 혼자 아버지를 돌보기 어려워지실 겁니다. 그러므로 이전보다는 자주 관심을 가지고 부모님과의 시간을 가지셔서 아버님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증상을 인정하고 아드님께 도움을 바라는 것부터 도와주시면 좋겠어요.
제일 먼저 권해드릴 것은 근처 치매안심센터를 검색해서 상담을 요청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원칙적으로는 내방하여 치매검사를 받게 되어 있는데 이동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서 방문 검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검사 후 치매진단을 받게 되면 치매안심센터에 지문인식 및 사진을 찍어서 배회로 길을 잃어버리셨을 경우 아버님을 찾을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해주시는 게 좋을 거예요. 아버지께서 지금은 일상생활이 가능하셔도 조금씩 정신적으로 혼란이 오면 과격해질 수도 있으니 어머니께는 미리 그런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걸 인지시키셔서 그때마다 아드님과 상담 후 의사 선생님 처방을 받으셔야 한다고도 알려주세요.
장기요양보험 신청을 해서 치매등급을 받으면 낮 동안 데이케어센터(주간보호센트)를 이용하실 수도 있어서 집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인지자극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부담 갖지 마시고 차근차근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 기관에 연락을 하셔서 조금이라도 질 좋은 돌봄을 아버님이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주시는 게 무엇보다도 우선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