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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Jan 03. 2024

육지에 바다에서  필요한 지느러미를 달고서

엄마가 청각장애여서 어려서부터 말을 크고 정확하게 하는 법을 익혔다. 나는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하는 줄 알았지만, 교실에서 내 목소리는 언제나 지나치게 크다고 주의를 들었다.

언제였던가 웅변 학원에서 발성 연습을 하고, 연극 무대에도 서서 멀리까지 갈 수 있는 목소리를 가지게 되었던 때가. 엄마는 입 모양을 보고 알아들었기 때문에 입술도 정확히 오므렸다 닫아야 했었다. 나는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걸 좋아했다.


그러나 그건 마치 바다에서 필요한 지느러미를 육지에 달고 나온 형국이었다. 전철에서나 빵집에서 옆자리의 사람들은 듣지 않아도 될 내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나도 알고 있었으나 목소리의 볼륨을 자유자재로 바꿀 능력이 나에게는 없었다. 이야기하는 동안 내 목소리는 점점 커진다. 마치 뱃고동 소리처럼. 먼 바다에 공명하듯이.

 

나는 이 이야기를 '종이 오리기'로 엄마와 나, 사람들, 찻잔 등 이런 식으로 오려보려고 한다.


2023년 12월 31일 빵집에 앉아서..

혼자 있으면 목소리에 신경 쓰지 않아서 좋다. 어렸을 때는 주의를 주는 어른들이 날 싫어하는 줄 알았다. 문제는 목소리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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