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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Feb 15. 2024

H마트에서 울다와 제육볶음

<H마트에서 울다>를 읽고 있는데 스키캠프에 다녀 온 정명이가 곁에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고모 제가 어제 왜 울었는지 알아요? 맛있는 걸 먹고 있는데 고모 생각이 났어요."

"그래? 뭘 먹었는데?"

"제육볶음이요."

마침 음식으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동시에 가족이라는 의미, 슬픔, 상실, 애도에 대한 감정을 풀어낸 <H마트에서 울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었기에 정명이의 그런 말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누군가를 떠올리며 눈물 흘려본 적이 있는가. 그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맛있게 먹었을텐데 아쉬워하며 울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명이가 세상에서 처음으로 집을 떠나 혼자 맞이하는 밤의 깊이를, 아이의 쓸쓸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리라.

정명이가 저녁식사 후에 잠들기 전 라면을 요구하면 평소에는 '식당 문 닫았어요'라고 거절하고는 했는데 책을 완독하고 주섬주섬 일어나 어두운 부엌에 불을 켰다.

*엄마를 돌보기 위해 일주일간 장기체류를 하러 왔다. 남동생이 번아웃 조짐이 왔기에 푹 쉬다 오기로 했다. 택시에 짐을 가득 싣고 뽀삐까지 태우고 가족 대이동을 한 첫날 밤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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