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맑음
오늘은 아들과 먼 곳까지 자전거를 탔다.
오늘은 조카와 먼 곳까지 자전거를 탔다.
단지 고유명사 하나 바꾼 것뿐인데 울림이 전혀 다르다.
아이의 일기는 이렇게 시작했다.
오늘은 고모가 오는 날이다. 나는 고모가 또 공부를 시킬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공부를 하고 기다렸다. 하지만 고모는 달랐다. 공부를 안 하고 같이 놀기 시작했다. 삼겹살을 먹고 오양맛살을 먹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홈플러스에 가서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먹고, 자전거 전용도로에 갔다. 신나게 자전거를 탔는데 그곳은 청계천이었다. 그리고 강에 가보니까 청둥오리가 있었다. 멋있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목욕을 하고 컴퓨터를 했다. 오늘은 즐거운 하루였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청량리에서 제기동을 지나 청계천이 흐르는 곳까지 달렸다. 강가에 나란히 앉아서 청둥오리를 바라보았다.
민아, 네가 보기에 고모 행복해 보이지 않니?
일도 하고, 돈도 벌고, 맛있는 것도 사 와서 할머니께 드리고 너희들이 필요한 것도 사고 말이야.
아이의 눈이 처음으로 나의 눈과 마주친다. 눈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고모와 눈을 마주치기를 어려워하는 조카가 한순간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는 진심 어린 눈길로 '예'한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아이는 기지개를 켠다.
'고모, 오늘은 즐거운 어린이 날이었어요. 아, 매일 어린이 날이었으면 좋겠다.'
진부하지만 아이가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보석 같은 말을 들은 기분이었다. 오늘 나는 듣고 싶은 말을 아이에게서 들었다. 이 말을 듣기 위해 나는 한 시간 동안 자전거를 달려 청계천에 왔는지도 모른다.
집으로 돌아와서 땀투성이인 아이의 등을 비누칠해주며 즐거웠다.
고모, 씻겨주세요.
고모, 업어주세요.
고모, 아이스크림 사주세요.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샴푸 후 아이는 다시 아, 매일 어린이 날이었으면 좋겠어요 한다.
그래서 나는 '그럼 한 달에 한번 이렇게 즐거운 날을 만들면 돼지. '라고 말해준다.
아이는 샤워기의 물에 대고 박수를 친다. 물방울이 내 안경과 얼굴로 춤을 추듯 튄다.
지금도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아, 매일 어린이날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던 아이의 얼굴과 목소리가 생생하다. 마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아이처럼 높고 맑은 목소리 말이다.
아이는 중간고사에서 반 1등, 전교 2등을 해왔다. 할머니 곁에서 매일 2장씩 푸는 문제집이 전부였는데... 오직 자신의 힘만으로 좋은 결과를 이루어냈으니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