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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Oct 21. 2024

아낌없이 주는 나무

아이들에게 독후감상문을 지도했다.

지도라고 해봤자 책을 함께 읽고 어떤 걸 느꼈는지,  모르는 단어는 무엇인지 사전을 찾아보고 자신이 쓴 글을 객관화시켜 읽어보도록 하는게 전부였다.


"그래서 이 책의 원 제목은 The Giving Tree. 1964년 나왔으니까 고모보다 더 오래된 책이야."

"학교 영어 시간에 읽었을 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젠 알겠어요."

"그래. 영어로 읽었구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부모님으로, 소년을 너희들, 자식으로 생각하며 읽어보라고 했지? 그래서 나무는 무언가를 줄 때마다 기분이 어떻다고?"

"행복했어요."

"맞아. 너희들 엄마는 너희들에게 아낌없이 주면서 행복하단다. 너희들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나누면 마음이 어때?"

" 뿌듯해요."

"맞아. 친구들이나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나눌 때 우리는 뿌듯하고 행복하단다."

"한가지 더 일본에서는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찾아볼까?"

야후제팬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번역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오오키나키 <おおきな木>로 번역되어 있었다. 커다란 나무.

과연!

사람은 큰가 작은가, 이런 식의 질문이 가능하게 하는 큰 나무. 큰 사람.

아이들이 쓴 글을 차례로 읽어보고 칭찬을 듬뿍 해준다.

밤외출이 즐거웠는지 카페에서 집으로 가는 길 아이들은 깡총깡총 뛰어다닌다.

정명이 친구는 중간에 자신의 집에 들러 학원 숙제를 가지고 오면서 가방에 과자를 넣어왔다. 그리고는 나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남의 집에 갈 때는 빈손으로 가는게 아니래요."

"그래서 날 주는거니?"

"예."

"고맙구나. 너는 아직 어린이니까 빈손으로 와도 된단다.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면 고모에게 자장면을 사줄래?"

"예."

정명이 친구는 미래에 자장면을 시키는 자신을 상상해보고 있는지 얼굴이 맑았다. 이번에는 대화의 중심을 친구에게 많이 내어주고 있던 정명이를 돌아보며 부탁했다.

"정명이는 훌륭한 사람이 되면 탕수육을 사줄래?"

아이는 날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가 놀다 돌아가자 정명이가 가까이 다가와 날 안아주었다. 때로는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있다. 그럴 때 정명이는 손에 애착담요를 돌돌 말고서 나를 안으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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