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에게 선물할 지팡이를 샀다.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의 자매와도 같은 사촌 할머니께서 유럽여행에서 돌아오며 할머니께 사드린 손바닥 모양의 지팡이는 이제 할머니의 유품이 되어 다리가 불편해진 이모가 보관하고 있다.
지난번 이모와 함께 외출했을 때 발을 끄는 이모에게 내가 물었다.
"이모, 할머니 지팡이 왜 안 들고 다녀?"
이모가 수줍게 대답했다.
"응, 잃어버릴까봐."
과연, 하고 나는 납득했다.
옥을 손바닥 모양으로 조각한 아름다운 지팡이를 잃어버리면 할머니의 유품을 잃어버리는 것이니까.
나는 검색하고 검색해서 비슷한 제품을, 잃어버려도 또 사드릴 수 있는 가격으로 손바닥 모양의 플라스틱 재질 지팡이를 찾아냈다. 그후 엄마의 욕창에 신경을 쓰는 나날이 계속되다가 오늘에서야 여유가 생겨 주문을 한 것이다. 언젠가 나의 몸도 지탱하게 될 지팡이를.
아까워서 잃어버릴까봐 정작 두고 다니는 것은 더 있다.
만년필, 볼펜, 친구가 손으로 만든 필통이나 그런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