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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긴장했어요

by 이은주

어젯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정명이와 함께 보았다. 학기가 시작되었고, 6학년 첫날을 보내고 온 소감은 좀 긴장된다고 했다.
5년 동안 같은 반이었던 친구는 옆반이 되어서 오늘 아침에도 운동장에서 캐치볼을 하자는 전화를 주고 받았다. 아침 8시. 학교 운동장에서 50분 동안 운동하다 교실에 들어가는 루틴이 다시 시작되었다.
어쨌든 우리는 영화를 보다가 울고 말았다. 병원에 입원하는 걸 숨긴 주인공 엄마는 오래전에 헤어진 아들 조하를 만난다. 그런 조하에게 부산 식당에 일하러 간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서번트 증후군인 이복 동생을 그동안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이별, 병원, 죽음으로 이어지는 내용을 정명이는 잘 따라가고 있었다. 게다가 주인공 동생은 자폐 성향이 있지만 음악 천재라는 설정이 피아노와 막 사랑에 빠진 정명이의 마음을 움직였다.

"고모 왜 우는 거예요?"
"응, 음악이 너무 아름다우면 눈물이 나올 때가 있어. 그래서 우는거야."

영화 속 인물들이 진태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눈물이 맺혔다. 정명이의 안에는 아직 감정이 세분화되지 않아서 우는 건 슬플 때
웃는 건 기쁠 때로 나뉘어져 있다.
이제 13살이니까 <인사이드 아웃2>에 나오는 라일리처럼 불안하고, 따분하고, 부러운 감정이 싹을 틔우겠지.
그때는 몰랐으나 지금은 아는 감정들.
우리는 울고, 웃다가 사이좋게 잠이 들었다.
정명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진태가 쳤던 곡들을 함께 들으려고 유투브에 찾아서 저장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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