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링고야RINGOYA
Apr 03. 2024
혼자 육아, 그것은 체력과 정신력과의 싸움
힘들지만 너를 위해, 나를 위해 힘내볼게!
며칠 전부터 6개월 만에 다시 "혼자 육아"를 시작했다.
(독박 육아라는 더 보편적인 표현도 있지만, 육아에 쓰기엔 왠지 어감이 좋지 않은 듯 해 "혼자 육아"라는 표현을 써본다. 참고로 독박은 "혼자서 모두 뒤집어쓰거나 감당함"이라는 뜻.)
요 근래 6개월 동안은 남편도 육아 휴직을 받아 육아의 많은 부분을 남편과 함께 했다.
당시 나는 이미 1년 이상을 육아 휴직 중이었고, 남편 역시 육아 휴직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눈 깜빡할 사이에 6개월이 흘러 남편이 복직하고, 1년 8개월의 아이를 다시 혼자 돌보게 되었다.
첫날은 지레 겁먹은 것이 우스웠을 정도로 힘들지도 않았고 이 정도면 앞으로도 문제없겠다고 생각했다.
하루에 모유, 분유, 우유, 이유식을 다 먹이던 때와 비교하면 천국이다 싶었다.
그런데 그건 단지 내가 그날 낮잠을 푹 자서 그런 거였다는 걸 다음 날 바로 깨달았다.
그저 몸이 힘들었던 6개월 전 혼자 육아와는 달리,
자아가 강해지고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 1년 8개월의 아이를 대하는 것은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력, 무한의 인내심을 요하는 일이었다.
하지 않았으면 하는 장난이 점점 늘고, 자기가 원하는 걸 못하게 하면 완강히 거부하고, 한번 말한 걸로는 말을 듣지 않는 일이 생기기 시작하고... 안 그래도 육아에, 집안일에, 일에 날마다 체력을 다 소진해 몸도 힘든데 이 모든 것을 혼자서 다 감당하려니 멘붕이 왔다. 게다가 엄마가 아닌 나로서 가장 하고 싶고 중요한 일인 콘텐츠 만들기에 쓸 수 있는 시간, 체력이 없어져 더 위축되고 막막해졌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 아이 목욕을 해주는데 처음으로 "빨리빨리 끝내야지"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가끔 아이가 자는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서 급하게 하는 경우는 있지만, 아이 목욕을 즐기지 못하고 그냥 빨리 끝내고 쉬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람을 대할 때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특히나 아이에게는 더더욱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었는데 나의 이런 마음이 아이에게 전해졌을까 봐 미안했다.
6개월 만의 혼자 육아에 어린이집 첫 등원까지, 나를 둘러싼 상황이 한꺼번에 싹 바뀌어 힘든 건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 어린이집 적응 기간이 다 끝나면 다시 내 페이스를 찾을 수 있겠지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다음 달에 복직을 하고, 아이의 주 생활공간이 어린이집으로 바뀌면 분명 지금을 매우 그리워할 것 같다. 그래서 아무리 지치더라도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전해주려고 한다.
사랑하는 아이야, 힘들지만 너를 위해, 나를 위해 힘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