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전화를 건다. 엄마의 미납된 카드요금과 핸드폰요금 따위를 처리하고, TV 수신료와 인터넷 요금 등의 명의자 변경을 위해 각종 서류를 작성한다.
"명의자 분이 사망하셔서요."
"저는 딸이고,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대신 전화를 겁니다."
아직까지 믿지 못하는 말을, 나는 숙련된 텔레마케터처럼 같은 톤으로 무미건조하게 반복한다. 더는 울지 않는다. 엄마가 후원하던 천주교 성지 한 곳에서 이달 후원금이 출금되지 않았다는 문자가 왔고, 나는 전화를 걸어 또 한 번 같은 말을 했다. 그쪽에서 엄마의 이름을 확인하며 연미사를 넣어주겠다는 말을 한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으면서도,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조금 울먹거렸던 것 같다.
어젯밤엔 먼데 사는 지인이 뒤늦게 소식을 알았다며 연락을 해왔다. 그이는 "너에게 어머님이 어떤 의미인지 너무 잘 알기에 지금 네 마음이 어떤지 헤아릴 수 조차 없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들은 나는 엄마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다. 남들은 다 알고 나만 모르는 그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