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5년 5월 22일

by 꽃반지

어제는 아버지가 내 속을 한바탕 뒤집어 놓았다. 엄마가 돌아가신 날이 천주교에서 중요한 날이라는 말을 어딘가에서 듣고는 신이 나서 내게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그날은 좋은 날이야!" 중요한 날이든 좋은 날이든 난 하등 관심 없다고 시큰둥하게 답했더니, 아버지가 기뻐해야지 왜 그러냐고 나를 타박했다. 엄마가 곁을 떠난 날이 어떻게 좋은 날이 되겠나. 천주교 달력으로 무슨 날이든 말든 적어도 내 달력에서는 슬프고 아픈 날인데. 기대했던 반응을 아쉬워하며 전화를 끊은 아버지는 오늘 아침 7시가 되기도 전에 다시 내게 전화를 걸어왔고, 나는 어떤 소리가 나올지 뻔히 알아서 한참 동안 전화를 받지 않았다.


길가에 흐드러진 장미를 보면 시간이 무참하게 흐른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이맘때 나는 엄마랑 프랑스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엄마는 천국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구나 싶다. 얼마나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덜 보고 싶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5년 5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