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반지 Jun 10. 2020

출간 D-7, 그리고 두 번째 책 계약  

첫 책도 아직 안 나왔는데, 무슨 두 번째 책을 계약해? 싶으시죠. 임박한 출간 소식과 두 번째 책 소식을 전해드려요. 제가 2년 동안 쓴 두 권의 책을 올해 모두 출간하게 될 것 같아요. 편하게 쓰는 글이니 편하게 읽어주세요 :)


최종 표지


표지로 며칠을 끌었습니다. '절대 표지에서 물러서면 안 된다'는 어느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으나, 편집장님이 어제 전화까지 와서 '정말 별로세요?'라고 물으시는 통에 출판사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제가 원래 고집했던 건 하얀 바탕이었어요. 웃긴 건 책에 들어가는 작가 프로필 사진(네, 지금 보시는 브런치 프로필입니다)을 미리 넘긴 상태였는데, 사진 속의 제가 들고 있는 책이 마침 노란색이더라고요. 그걸 몰랐다가 오늘 최종 마감하면서 알았어요. 마치 내 책 내가 보는 느낌이기도 하고, 아무리 제가 우겼어도 표지는 이미 노란색으로 정해져 있었구나 싶기도 하고. 노란 책에 실리는 작가는 당연히 노란 책을 들고 있어야지 않겠습니까.


오늘 띠지 카피, 뒤표지에 들어가는 카피까지 다 손보고 진짜 인쇄가 넘어갔어요. 최종 PDF를 확인 못했는데 이제야 들여다보니 아쉬운 문장들이 왜 이렇게 눈에 밟히는 건지. 그렇게나 열심히 들여다볼 때는 안보이더니. 어쩔 수 없지만 이게 이 책의 완성이다,라고 받아들여야지요. 제가 일전에 쓴 글에서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출간된다'라는 말을 해두길 다행이지 뭐예요. 원래 4월 발간 예정이던 책이 상반기 딱 열흘 남기고 출간하게 됐습니다(휴~).책은 빠르면 일주일 뒤인 17일, 늦어도 20일부터는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책 나오면 인터뷰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아무도 안 시키지만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Q. 어떻게 사찰요리 에세이를 쓰게 되셨나요?

A. 사람 인생 잘 모른다고, 책 첫 장에도 나와있는데 의도치 않게 가게 된 템플스테이에서 밥을 먹고는 바로 뿅 갔어요. 제가 맛있는 거에 대한 집착이 좀 심한데, 홍대에 오래 살면서 좋아하던 맛집이 없어지는 상실감을 많이 맛봤거든요. 그나마 이전한 집은 멀어 찾아갈 수라도 있는데, 사라진 집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좋아하던 맛을 이제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커요. 그래서 웬만한 음식은 제가 다 만들어봐요. 맛집이 사라져도 덜 섭섭하게. 사찰요리도 그렇게 시작하게 됐어요. 내가 절에서 살 수도 없고, 절에 맨날 갈 수도 없으니까.


Q. 책을 쓰면서 어떤 게 제일 힘들었요?

A. 주부습진요. 아 습진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어요. 저는 요리를 하면서 이 책을 썼어요. 요리하고 책 쓰느라 체력 소모도 너무 컸고, 손이 쉴 틈이 없으니까 엄청 고된 작업이었어요. 요리 안 하면서 글에만 매진할 수도 있었는데, 저는 제 몸의 어떤 세포가 요리하는 감각을 갖고 있기를 바랐어요. 글 쓰면서 했던 요리가 책에 들어갔던 것도 아니에요. 그냥 계속 요리를 한 거예요. 요리하는 감각을 간직하고 글을 써야 좋은 (요리)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미련한 일이기도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습진을 얻었죠. 여름 내내 습진이 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인 레시피 북도 아닌데, 요리에 관한 책을 쓴다는 게 이렇게 힘든 줄도 처음 알았고요. 일단 원고마다 요리 사진이 들어가는데, 처음엔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글에 나오는 요리 사진 갖다 넣으면 되지,라고. 근데 사진이 글 정서의 연장이기도 하고, 사진 단독으로 봤을 때도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하니까 사진 고르는 게 엄청 힘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갖고 있는 사진이 화질이 안 좋거나 못 쓰게 된 것도 많아서 같이 요리한 분들 하드를 수시로 털었죠. 새벽 세시건 다섯 시건... 너무 죄송하니까 나중엔 죄송하다는 말도 안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마지막 교정을 볼 때까지 요리에 관한 오류를 계속 잡아냈어요. 이건 저 빼고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요리사가 제 원고를 읽지 않는 한. 그때마다 너무 가슴이 철렁했어요. '채수에 호박을 넣어도 된다'라고 쓴 내용이 있었는데, 채수에 호박 넣으면 안 되거든요. 그런 거 한두 개 잡을 때마다 진짜 막 심장 다 내려앉고. 밤늦게 저 요리 가르쳐 주신 스님한테 전화해서 "스님!!!!! 호박 넣어요 빼요?" 다 받아주셔서 감사하죠.


Q. 첫 책을 쓰셨잖아요. 기분이 어때요?

A. 날아갈 줄 알았는데, 그냥 잘 모르겠어요. 전체 원고를 열 번 가까이 새로 썼어요.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때마다 '작가님처럼 이렇게 많이 고치는 경우는 없었다'라는 피드백을... 하하. 제가 책 쓰면서 제일 중점을 둔 게 일정한 톤 유지였어요. 제 글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따하다'라는 말을 하세요. 그런데 의외로 저는 따뜻하게 쓰려고 하지 않아요. 오히려 좀 덤덤하게 쓰는 편이에요. 전하려는 메시지에 제 감정이 많이 실리지 않게요. 그래야 독자들이 가질 수 있는 몫이 커지니까. 글은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반반씩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왜 따듯하게 느껴지냐면, 일단 제 정서가 좀 그런 이고... 그리고 표현을 할 때, 너무 둥글지도 않고 너무 모나지도 않은 그런 표현을 쓰려고 노력요. 이런 노력은 독자가 모르는 게 좋아요. 그냥 편하게 잘 읽으시면 그걸로 좋아요. 어렵게 만들수록 쉽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해요 저는.


Q. 책에 대해서 한마디 해주세요.

A. <스님과의 브런치>는 일단 손에 쏙 들어오는 판형이라서 들고 다니시거나 선물하기에 부담이 없고요(웃음), 일단 저도 실물을 못 봤는데 요리 사진이 굉장히 예뻐요. 그래서 보는 맛이 나실 거예요. 오, 이런 게 사찰요리구나! 하고.


사찰요리 얘기만 나오는 게 아니고 삶에 대한 작은 이야기 책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제 어릴 때 이야기도 나오고, 친구들 이야기도 나오고, 돌아가신 외할머니 이야기도 나오고... 많은 순간들이 모여서 삶이 되는 것처럼, 제 책도 작은 이야기가 모인 집이에요. 화려하거나 근사하진 않은데, 뭔가 그 안에 사람 사는 맛이 있고 좀 더 머무르고 싶은 그런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쓰면서 많이 울었어요. 여러 번 고쳐 쓰면서도 많이 울고. 자기가 자기 글 읽고 감동받아서 울었다고 얘기하면 너무 부끄러운데, 아무리 읽어도 닳지 않는 순간이 있는 거 같아요. 책에 '튀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요. 전 웃자고 씩씩하게 쓴 글인데 한 친구가 그 글을 읽고 많이 울었다고 얘기해주더라고요. 그럴 때는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는 생각을 많이 해요. 좋은 사람이 되어서 삶의 작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잘 간직했다가 꺼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라고.


그리고 이 책은 어머니한테 바치는 책이에요. 어머니가  달 뒤면 환갑이요. 몇 년 전에 어머니가 저한테 "누구네 딸은 엄마 유럽여행도 보내줬는데...."하고 비교하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생각했었어요. 어차피 이 아주머니(?)는 유럽여행 보내줘도 나중에 또 그런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럼 아예 처음부터 달나라로 보내야겠다. 엄마 환갑 선물로 책을 쓰는 딸은 드물잖아요. 그래서 아예 비교 자체가 불가하게 하자 싶었죠. 책 정도면 누가 크루즈 1년 여행을 보내줘도 안 꿀릴 수 있겠다, 난 2년 걸렸으니까. 제가 또 승부사거든요. 근데 이 승부가 의미가 없는 게, 이제 책 나올 때가 돼서 어머니한테 그 말을 쓱 꺼냈더니 어머니가 "그땐 내가 사는 게 팍팍해서 뭐든 다 부러웠나 보다.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는데... 지금 모든 것이 좋고 감사하다"라는 말을 하시는 바람에.


책에 숨겨진 한 가지 비밀(?)이 있어요. 독자들이 모르실 수 있는데, 책이 겨울로 시작해서 겨울로 끝나거든요. 책을 딱 덮으면 옷깃 여미는 추운 겨울이 아니라 봄이 막 오기 직전의 그런 겨울을 느낄 수 있게 원고를 그렇게 넣어놨어요. 이건 저만 아는 비밀인데 여기에만 살짝 알려드리겠습니다(전 구독자님들을 애정 하니까요)


Q. 두 번째 책 얘기는 뭐예요?

A. 첫 책 끝내고 좀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끝난 걸 아셨는지 바로 계약하자고 연락이 오는 바람에 다음 주에 계약을 하러 가요. 제가 책을 준비할 때 목표가 있었어요. 하나는 몸, 하나는 마음에 관한 책을 쓰자 라고. 몸에 관한 책이 바로 요리 에세이 <스님과의 브런치>고요, 두 번째 책은 명상에 대한 소설책이에요.


<스님과의 브런치>를 쓰기 시작한 게 2018년 5월부터이고, 2019년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 초안을 완성한 책이 마음에 관한 책이에요. 주제가 워낙 특이한 데다 처음 써보는 책이라 당연하지만 진짜 어렵게 썼어요. 그동안 단편적인 글쓰기는 해왔지만, 이야기 책 한 권...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줄거리가 있는 책을 쓰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너무 힘든 나머지 밤마다 눈물을 흘리면서 슬리퍼 끌고 동네를 부랑자처럼 돌아다녔는데, ( <오늘의 날씨>를 잘 털어보시면 그때의 제모습도 찾으실 수 있습니다) 3개월 안에 책 한 권을 다 쓰고 회사로 복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시간에 쫓겨서 엄청 불안했습니다. 하루에 열두 시간씩 이상씩 썼던 거 같아요.


근데 3개월 동안 그렇게 미친 듯이 쓰고 나니까 책을 쓸 수 있는 힘이 좀 생겼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스님과의 브런치>도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운동으로 치면 아령 하나도 못 들다가 나중에 정신 차리니 역기를 들게 된 거랑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스님과의 브런치>를 준비하는 틈틈이 마음에 관한 소설도 계속 리라이팅을 하고 있었거든요. 주제가 어렵기 때문에 맞는 출판사를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 꼭 맞는 출판사를 만나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저는 왜 맨날 남들이 안 하는 거에만 관심이 있는 건지. 사찰요리도 그렇고요 ㅎㅎㅎ


Q. 앞으로 계획을 들려주세요.

A. 일단 좀 쉬고 싶어요. 그리고 2020년 하반기에는 아직 어떻게 그림이 그려질지 모르지만, <스님과의 브런치>에 소개되는 요리를 함께 만들어보는 쿠킹클래스를 기획하고 있어요. 저는 사찰요리 3년 짬이라서 누구 가르칠 실력은 안되고요, 제게 요리를 가르쳐주신 스님을 초빙해서 자리를 만들어볼 계획입니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신나게, 재밌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스님과의 브런치> 낭독회를 계획하고 있어요. 이것도 코로나가 터져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많은 인원은 아니더라도 작게 모여서 문장을 읽으면서 사는 얘기도 하고, 좋은 시간도 나누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기타를 쳐요. 아주 오래전부터 막연하게 생각했던 게, 나중에 독자님들 만나면 기타 쳐드려야겠다(이봐, 독자들 의견도 들어보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기타 연습을 열심히 안 해서 아마 그건 안될 거 같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거처럼 2020년 하반기에는 두 번째 책을 열심히 만지고 있겠죠? ^^ 겨울에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로 찾아뵜으면 해요. 제가 슬쩍 끼고 싶은 시리즈가 있는데 주제도 몇 년 전부터 다 정해놨거든요. 필진이 다 쟁쟁한 거 같아서 낄 수가 없었는데, 이제 저도 한 권의 결과물이 생겼으니 수줍게 한발 디밀어 보고 싶기도 하고. 어쨌든 꾸준히, 즐겁게, 지치지 않고 좋은 글을 쓰는 게 목표입니다. 생계랑 같이 가야 한다는 게 늘 어려운 거 같아요. 회사도 다니면서 글을 써야 하니까. 이번 책을 준비하면서 몸이 너무 많이 상했거든요. 그래서 밸런스를 어떻게 잡을 건가... 하는 숙제도 있고요^^


가수들이 앨범 내고 나면 음악 듣기도 싫다, 이러던데 저도 진짜 너무 많이 들여다봐서 다 외울 정도의 문장들인데 독자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이 기분을 잘 모르겠어요. 잘 읽었다, 재밌다 한마디 들을 수 있는 책이었면 좋겠어요. 말이 엄청 길었네요! 다들 좋은 밤 보내시고요. 고맙습니다.


반지현 드림.



매거진의 이전글 첫사랑이 뭐 별건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