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0일

by 꽃반지

집으로 향하는 늦은 밤. 집 앞 골목에서 술취한 딸과 그녀의 친구와 엄마가 동그랗게 팔짱을 끼고서 술을 왜 먹었니, 택시비가 얼마 나왔니 같은 작은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그 모습이 부럽고 귀여워서 저렇게 해볼 수 있을 때 해보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하며 빙긋 웃다가 그 무리의 발걸음이 나와 같은 대문 앞에서 멈춘 순간, 얼굴이 굳어버렸다. 술 취한 딸은 내가 '개딸'로 부르는 위층집 딸이었고-툭하면 짖는다-, 그녀의 엄마는 내 인사를 삼 년째 받아주지 않는 - 개딸의 소리가 정신 사나워 이사 직후에 정중하게 소음 얘기를 꺼냈더니 그 뒤로 - 그 아줌마였다. 흥! 그들에게 잠시나마 가졌던 다정함은 온데간데 사라졌다. 이게 바로 원효대사의 해골물적 순간이지만, 난 원효대사급 재목이 아니므로 개딸과 그녀의 어머니를 계속해서 가끔 미워할 것이다. 그래도 오늘의 그들은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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