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5일

by 꽃반지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직원 여럿이서 밥을 먹은 적이 있다. 그날은 마침 사장님의 골프 예약이 있던 날이었는데, 경쟁이 치열해 손 빠른 사원 몇이서 가끔 예약을 돕는다고 했다. 골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기에 동쪽 코스를 뚫었다느니 서쪽 코스를 뚫었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신기했다. 티켓팅만 하려면 결정적인 순간에 손을 떨어 몇 번이나 실패한 전적이 있어 나는 일찌감치 해당사항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회사에서 나의 전적을 알리 없기에) 결국 나에게도 지령(?)이 떨어졌다. 11월 XX일, 12시 30분 전후로 예약할 것. 출근하자마자 모니터 앞에 앉아 초시계를 곁눈질하며 초조하게 앉아있었다. 동쪽이고 서쪽이고 가릴 것도 없이 예약은 (물론) 실패했지만 경영지원팀에서 지령을 전하며 '골프예약요정님들'이라고 칭한 게 너무 웃겨서 한참이나 웃었다. '골프예약요정'은 즉흥적인 창작이었을까, 고민의 결과였을까. 내가 담당자였다면 용어를 한참이나 골랐을 것 같다. '골프 예약을 도와주시는 정예요원 여러분들' 아니면 다짜고짜 '수고 많으십니다'? 어떤 말로도 골프예약요정을 이길 수 없는 것 같다. 그녀의 센스에 탄복하며.


(*) 11월 3일부터 사흘 연속 예약 실패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곧 요정 무리에서 퇴출당할 것 같다.

키워드 골라줘서 고마워요, 브런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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