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9일 계속

by 꽃반지

소설 쓸 때 어떤 작품을 참고하시나요, 라는 독자의 물음에 한 소설가가 저의 지난 작품을 봅니다, 라는 대답을 했다. 그 말을 들을 때는 뭐지, 싶었는데 내가 딱 그 짝이다. 지난여름에 성급한 마음-사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책을 위한 책을 만드는 마음-으로 급하게 덤볐다가 어그러진 기획을 다시 찬찬히 해보려고 하는데, 그간 써둔 글 중에 쓸만한 것도 별로 없고 주제도 마뜩잖아 낙담하는 마음이 크다. 그런 와중에 자꾸만 책상 한편에 놓인 내 책을 어루만지고 들여다보게 된다. 대체 이걸 어떻게 썼지, 이 힘든걸 어떻게 또 하지, 하는 마음이다. 그간 써둔 글들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점점 더 못쓰는 게 훤히 보여서 괜히 민망하고 머쓱하다. 스스로의 힘으로 나아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다. 무심결에 자꾸 힘들다는 말을 하니 엄마는 나에게 힘들게 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글 같은 것 안 쓰면 어떠냐고 한다. 해서 힘든 건 맞는데 안 해도 힘들다고 답했다.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더 잘 쓰는 사람이길 소망할 뿐이다. 모든 작가들의 소원이겠지. 자신의 지난 소설을 자꾸 들추는 그 마음을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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