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엄청난 걸 깨달아버렸다. 재밌는 걸 해야 행복한 건데,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서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맛없는 걸 먹으면서 억지로 맛있게 느껴야 한다고 나 자신을 줄곧 다그치고 있었다니. 너무 단순한 이 사실을 왜 잊고 살았지 싶을 정도로 단순하고 깨끗한 통찰이었다. 오늘 나는 오랜만에 엄청 행복했는데 그 항목은 다음과 같다.
1. 소설 수업. 내가 왜 대학에서 전공을 안 했나 싶을 정도로 내게 너무 의미 있고 재미가 있다. 내 생각과 선생님의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을 때, 아 나 완전 문외한은 아니구나 싶고. 넓고 깊게 배우고 싶다.
2. 아는 언니가 커다란 사과 두 알을 부러 챙겨 와 건네주었다. 그 마음 너무 소중해.
3. 수업 끝나고 정말 허무하게 의외의 곳에서 조용한 스타벅스 발견. 그간 그토록 찾아 헤맸건만. 치즈케이크와 핫초코를 야금야금 먹고 마시면서 잘 읽히지 않는 소설 한 문단을 무려 두 시간 동안 읽었다.
4. 카페에서 나와서 시간 맞는 영화를 봤다. 너무 좋았다. 마음이 맑고 예쁜 사람들이 하는 연기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또 봐야지.
5.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가 광화문에서 내려버렸다. 교보문고 에세이 코너에 내 책이 꽂혀있는걸 가만히 바라봤다. 우연히 집어 든 책이 세상에 나온 줄도 몰랐던, 좋아하는 시인의 에세이집이라 반가웠고 맘에 쏙 드는 소설을 발견해서 매장 문을 닫을 때까지 한쪽에 마련된 소파 제일 안쪽에 몸을 파묻고 읽었다. 폐장을 알리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검색해봤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닌지 노래가 좋아서 듣느라 오히려 사람들이 안 나간다는 블로그 글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