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1일
어릴적부터 우리 엄마는 귀한 이름 함부로 말라고 우편봉투나 시험지에 적힌 내 이름을 잘라내어 곱게 태웠었다. 귀찮게 그러지 말라해도 엄마는 늘 싱크대에 이름을 넣고 성냥을 그어 불을 지른 뒤, 재를 가만히 물에 흘려보냈다. 어릴때는 그저 엄마의 작은 습관이려니 하였는데, 얼마전 고향집에 내려갔다가 아직도 이름을 곱게 모아 태우는 손길을 보았다. 아.
오늘 문득 잔뜩 서류뭉치를 버리려다가, 귀한 이름 함부로 말라던 엄마 말이 생각나서 내 이름을 가만히 뜯어냈다. 귀한 이름의 주인공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귀한 것들을 만들어 냈을까. 나는 날마다 귀한 이름을 팔아 무얼 지어내고 있는건지. 왠지 조금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