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0일 계속

by 꽃반지

잡지 시안을 보며 옆자리 과장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왜 (여느 사진보다) 사람 사진에 눈길이 갈까요?"하고 물었더니,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으니까요"라는 과장님의 대답. 지난 9월의 어느 날에 나무 아래서 끄적인 나무에 관한 글이 생각났다. 홀로 있으면 꽃 같고 모여있으면 물결같다는. 사람도 그럴까. 사람도 나무처럼 아름다울까.


이 일기는 나에게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물 한잔과 같은 의미이다. 하루는 너무나 똑같이 흘러가고 회사일은 많고 늘 지쳐있었다. 이런 몸과 마음으론 도무지 글을 쓸 엄두가 안 났고 뭔가를 해내느라 뭔가를 해내지 못하는 나 스스로에게 줄곧 화가 나있었다. 바쁜 눈으로 바라보면 똑같아 보이겠지만 조금만 찬찬히 하루를 바라보기로 했다. 날마다 다른 하루의 무늬를 세 문장씩만 발견하자고, 그런 하루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나를 위한 위로에서 시작한 글이다. 처음에는 세 문장 정도로만 쓰고 싶었지만 어떤 날은 좀 더 길게 적기도 했고, 두 번씩 적기도 했다. 물론 적지 않은 날도 있다. 똑같다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연히 달랐다. 이런 날이 있고 저런 날이 있고, 그 속에 이런 내가 있고 저런 내가 있다. 무람없는 마음으로 쓴 일기이지만 꾸준히 읽는 마음들이 있는 걸로 안다. 그 마음들이 때로 내겐 꽃이고 때론 내게 물결이다. 아닌 척 하지만 그 속에서 겨우 사는 사람이다. 무람없는 일기를 꾸준히 기록해 작은 책으로 내고 싶다는 생각을 가만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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