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3일

by 꽃반지

지난 이틀간 글을 못썼다. 쓰려면 쓸 수 있었는데. 그 마음이 내내 무겁게 나를 짓누르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읽은 '다른 건 몰라도 어쨌든 나는 매일 쓰고 있으니까'라는 문장에 온 마음이 다 내려앉았다.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그렇지만 지난 이틀간 내가 그렇게 게으르고 나태한 인간이었나. 제 때 일어나서 출근을 하고 내년도 사업계획 회의를 내내 하고, 잡지 마감을 하고,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하고 퇴근해서는 장을 보러 가서 내가 좋아하는 한라봉을 사 온 게 전부였는데, 나는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죄인의 마음으로 나를 몰아세운다. 글을 쓰기 위해 낼 수 있는 시간이라고는 어젯밤, 잠들기 전에 친구와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그 시간뿐이었는데. 대화의 말미에는 친구가 '글 쓸 시간 뺏은 것 같아 미안하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내가 글을 써야 한다는 생색을 냈던가. 매일 쓴다는 문장의 주인공은 회사도 다니지 않고 하루 종일 도서관에 앉아있잖은가. 비교할 일이 아닌데도 나는 자꾸만 결과값만 놓고 나를 책망한다. 복잡한 마음으로 회의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왔더니, 크리스마스 카드가 놓여있었다. '작가님이 좋아하시는 걸로 마음과 몸을 가득 채워주세요'라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 눈물이 나려는 걸 꾹 참았지만, 결국 이 글을 쓰면서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새해에는 좀 더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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