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과연 안심하고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있을까? 모든 조건이 주문제작 가구처럼 내 구미에 딱딱 들어맞아서 흠잡을 데가 없거나, 감정이 온통 앞서서 물불 안 가리고 빠져들게 만드는 상대라면 얼마간은 사랑과 안심이라는, 병렬 불가능한 두 명사가 합을 이룬 듯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닳아빠진 신파를 보는 관객처럼 사랑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 상대의 손을 쥐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막대기를 쥐고 있었다는 어느 시인의 문장을 떠올리며. 그나저나 비 오는 아침부터 사랑타령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