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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반지 Jan 02. 2017

2017년 1월 2일

그대, 즐기고 계십니까?


2년전에 태국에서 만난 Shiau HO 가 한국에 놀러왔다. 오는 날이 마침 나 여행가는 날이라 만나지 못했는데, 어디에 가있느냐 물었더니 '충북 영동'에 가 있다고 했다. 오기전에 어디가 좋으냐 묻기에 경주나 놀만한, 나의 시선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곳을 꼽아줬더니 기껏 충북 영동에나 가 있는 것이다.


어제 우연히 이 곳에서 한국 사람들을 만났는데, 나의 여행 계획과 (딱히 없음!) 과 경비를 듣고는 코웃음을 치며 '견디는' 여행이냐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생각으로는 하루에 그 정도 금액을 쓸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분노에 차서 잠이 들었다가 깬 아침. 나의 충북 영동에 대한 시선을 생각한다. 나는 충북 영동을 가본 적이 없다. 가본 적 없으면서 'I cant understand why you go there!'을 부르짖는 거다. 어제 나에게 코웃음을 친 한국 남자들도 마찬가지였을거다. 남들 다가는 유명한 곳을 가고, 택시를 타고, 레스토랑에서만 밥을 먹어야한다면 그들 눈에 나는 '견디는' 사람이다.


그들의 말에 내가 속이 상했다는 건 내가 휘둘리고 있다는거다.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 일 뿐, 그들에게는 그들의 방법이있고 나에게는 나의 방법이 있는 것이 전부. 아침에 일어나 나의 충북 영동을 생각하면서,  '공기가 맑고 신선하다'는 그녀의 말을 떠올리면서 공책에 한 줄 끄적이는 아침.


더 자세히.

더 정성껏.

더 천천히.


나의 색, 나의 속도가 없다면 나의 삶은 앞으로도 줄곧 휘둘릴 것이다. 옆과 뒤를 비로소 살피기 위해 모든 것을 일시정지하고 불현듯 날아왔는데, 여기서 또 휘청이는 나를 바라보며 웃는다. 좋은 공부를 했다.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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