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남은 반찬인지 만드는 과정에서의 실수인진 알 수 없지만, 고추절임 꼭지만 받아 든 이의 심정을 전해 듣다가 글로 표현해보았다(웃자고 한 일!)
모든 존재는 흔적을 남기고, 어떤 흔적들은 오래 남아 가슴 한편을 아릿하게 한다. 만개한 꽃이 지고 난 뒤의 나뭇가지, 눈 녹은 뒤 축축하게 젖은 흙의 감촉 같은 것들. 떠난 존재가 남긴 흔적들을 마주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있는 힘껏 끌어안았어야 했다는, 뒤늦은 후회를 하면서 말이다.
팍팍한 일상, 여느 때와 다름없이 1인분의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밥을 떠먹다 뒤늦게 반찬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내가 마주한 건 고추절임의 흔적이었다. 흔적뿐이었다. 산뜻하고 촉촉했을, 혀끝에 매운맛을 남기며 존재를 온전히 증명하리라 기대했던 고추절임은 어디에도 없었다. 내가 온 힘을 다해 껴안아야만 했던, 한입한입 신중히 음미하고 만끽해야 했던 고추절임의 존재는 어디로 간 걸까. 업체에 전화를 해보았지만, 원래 고추절임이 상태가 그럴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을 뿐이다. 플라스틱 배달 용기 안의 꼭지만 남은 고추절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나는 또다시 흔적 앞에서 망연자실할 뿐이다. 또 늦어버렸다고, 뭔가가 잘못되어버렸음이 틀림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