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2일

by 꽃반지

어제는 성 아녜스Agnes 축일이었다. 성당을 나가지 않은지 이제 곧 10년쯤 되는 것 같아 당연히 까맣게 잊고 있다가, 아침부터 날아든 엄마의 카톡 덕분에 알았다. 사는 게 힘들고 바빠 성당을 잊고 살겠지마는 하느님의 축복이 늘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는 길고 긴 말이었다. 내 이름으로 미사를 봉헌했다는 말과 함께. 점심때쯤인가, 대모님이 전화를 주셨다. 오늘 미사를 반지현 아녜스에게 봉헌한다는 안내를 보고 아녜스 축일이구나 했다고. 재미있게 잘 살고 있느냐는 대모님의 물음에 재미랄 건 없고 그냥저냥 살아요, 하고 답했다. 대모님은 살다 보면 좋은 소식이 있지 않겠느냐고, 좋은 소식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기다리며 살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셨다. 대모님은 요즘 건강이 어떠세요, 하고 물었더니 그냥 주어진대로 살아가려고 해, 하고 엷게 웃으셨다. 그녀에게 갑작스럽게 일어났던 일을 떠올리며 잠시 침묵하는 사이, 대모님은 희미한 웃음 끝에 늘 너를 응원한다는 말을 덧붙이셨다. 순결과 희생을 상징하는 성 아녜스와 나는 거리가 많이 먼 사람이지만, 단지 성 아녜스 축일과 나의 생일이 가깝다는 이유로 덜컥 갖게 된 이름 덕분에 매해마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한다. 나에게 좋은 마음을 줄곧 보내주는 사람들 덕분에 살아가는 걸 이젠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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