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내가 정말로 많이 아꼈던 가게가 없어진 걸 알아내곤 좀 황망한 마음이 되었다. 몇 년간 가게가 있던 자리에는 며칠 새에 서느런 철골이 대신 서 있었다(서울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허물고 짓는 게 일이지만, 아직도 나는 적응이 안된다). 가게로 전화를 걸어 봤더니 당연히 받지 않아서, 평소엔 인스타그램을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굳이 가게의 인스타그램을 찾아내 메시지를 보냈다. 며칠이 지난 어제 답을 받았다.
"우리 카페를 좋아해 주시고 궁금해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좋은 손님들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사장님은 건물 재건축 문제로 문을 닫았다고 했다. 창문에 복닥복닥 붙어있던 큐방을 타고 들어오던 햇살은, 단정한 오렌지색 소파는, 좋아하던 사람과 나누었던 이야기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바밤바 아이스크림은 결코 재건축될 수 없을 텐데. 장소에 모든 마음을 덥석 주는 나는, 장소가 사라지면 그곳에 주었던 마음을 어떻게 돌려받고 어떻게 꺼내보아야 할까. 나의 작은 한 부분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삶은 '다시'를 좀처럼 주지 않는다. 그러니 삶이 아름다운 거겠지만.
2017년 3월 1일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