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쓴 책의 담당 편집자가 내가 처음 몸 담았던 출판사의 편집장이라는 사실은, 그리고 그곳의 창립일이 내 생일과 같다는 사실은, 인연이란 단어를 괜히 한 번 더 쓰다듬게 만든다. 주간님 어깨너머로 흘긋 보던 원고가 이제 나의 것이 되었다. "잘해서 늦어도 여름까지는 내보자" 주간님이 지난주에 보내온 말을 들여다보며 교정본 검토 기간을 4월 한 달로 요청드렸다. 일정을 소화하려면 한 주에 원고 50페이지씩을 봐야 한다. 날로 쪼개 보면 하루에 열 페이지가 안 되는 분량이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 메여있는 데다, 또 글 만지는 일이 어디 내 맘 같은가. 시작도 전에 짓눌리는 마음 가운데서도 "같이 노력해서 잘 만들어보자"는 든든한 한마디에 기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