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밤늦게까지 이삿집을 알아보는 한편, 지금 살고 있는 집 정리를 하느라 결국 몸살이 났다. 오후에 급히 반차를 내고 대문으로 들어선 순간 집주인 아주머니를 따악 만났고, 내 마음은 카페 진동벨처럼 요란하게 떨렸지만 애써 태연한 기색으로 천연덕스럽게 인사를 했다. 아주머니는 집을 치웠느냐는 말과 함께 내일 부동산에서 보러 온다는 소식을 전하고 퇴장했는데, 좀 누워서 쉬려던 계획 역시 아주머니와 함께 퇴장해버렸다. 정리되지 않은 방 상태 때문에 지난주에 아주머니께 정말 크게 혼났고 내일까지 꼭 치워두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내심 저녁까지 시간을 벌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부동산은 보통 낮에 들르니까 집을 당장 다 치워야 했기에 아프고 말고 할 겨를이 없었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칫솔로 타일 틈새를 닦고 막힌 하수구 배관을 분리해 머리카락 뭉치를 제거했다. 주방 타일에 묻은 그을음을 벗겨내고 설거지까지 간신히 마치고 누워있을 때 지원군이 등장했고, 우리는 힘을 합쳐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버리고 행거에 걸린 옷을 꺼내고 집안 곳곳을 정리했다. 아직도 많은 짐이 남아있었지만 물건이 빠진 집에선 말할 때마다 소리가 벽에 퉁겨 울렸다. 4년 치 여름방학 숙제를 한 번에 한 기분이다. 내가 원하는 건 참 잘했어요 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