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2분 정도 걸어 나오면 2차선을 사이에 두고 버스정류장이 하나씩 마주 보고 있다. 어느 쪽을 타도 상관이 없는데 집 앞에서 버스를 타면 바로 전철역으로 가고 건너편에서 타면 무시무시한 세렝게티 환승구간(사람들이 사자에 쫓기는 톰슨가젤처럼 펄쩍펄쩍 뛴다)을 거쳐야 한다. 아침 출근 때마다 어느 쪽에서 탈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때로는 길을 건넜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일을 반복하며 길 위에서 시간을 쓴다. 집 앞에서 버스를 바로 타면 몸은 편하지만 도로가 붐빌 경우 지각할까 봐 버스에 타고 있는 내내 마음이 옥죄이며, 건너편에서 버스를 타면 금세 내린 후 전철역까지 얼마간 걸어야 하는 데다 지하 던전으로 향하는 계단을 한참이나 뛰어내려 간 뒤 이미 발 디딜 틈 없는 만원 지하철에 억지로 몸을 구겨 넣고 '나는 인간이 아니다'를 마음속으로 반복해서 외다 환승역에 도착하자마자 한 마리의 톰슨가젤이 되어 펄쩍펄쩍 뛴 후 다시 2호선에 몸을 싣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운이 좋으면 자리가 금방 나지만 때론 내릴 듯이 내릴 듯이 내리지 않는 사람 앞에 40분가량을 서있다 보면 다리는 저려오고 마음은 온통 그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 보통 컨디션이 좋을 경우에는 시간의 쫓김이 없는 건너편 정류장을 선택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집 앞에서 버스를 탄다. 문제는 꼭 그럴 땐 도로가 사정없이 막힌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