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이 꺼진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별을 만들던 사람이 마음을 다루게 된 이유

by 제니진 Jenny Jin

사람들은 묻는다. 화려한 엔터테인먼트 현장에서 아이돌을 제작하던 사람이 왜 돌연 '심리학'이라는 정적인 세계에 정착했느냐고.

그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한다. 가장 화려한 곳에서 가장 깊은 어둠을 보았고, 그 극단적인 괴리를 메우기 위해 나는 이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엔터테인먼트 현장은 감정을 자본으로 환산하는 곳이다.


1분 1초가 전쟁인 그곳에서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위해 몸과 마음을 갈아 넣는다. 나 역시 제작자로서 그 전쟁의 선두에 있었다. 그러나 내가 마주한 진실은 눈부신 조명 아래가 아니라, 조명이 꺼진 뒤의 차가운 침묵 속에 있었다.



가장 가까이서 빛나던 동료들이 스스로 빛을 끄는 것을 보았다. 함께 무대를 누비던, 연기와 춤을 삶의 전부로 알았던 친구들. 그들의 상실은 나에게 더 이상 무대가 아닌, 무너지는 몸을 지탱할 ‘실체적인 숨’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사실, 내 몸이 먼저 비명을 질렀다.


춤이 전부이던 20대의 어느 날, 갑작스러운 다리 마비가 찾아왔다. 무대 위를 사랑하던 춤꾼에게 '걷지 못한다'는 선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병상에 누워 몸의 비명을 듣는 동안, 나는 비로소 인간의 본질을 읽었다. 말은 나를 속이고 타인을 속일 수 있지만, 몸은 단 한순간도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패와 빚, 그리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넘어 아시아 전역을 떠돌던 방황의 시간까지.

살기 위해 국경을 넘나들며 마주했던 그 처절한 현장들은 나에게 심리학을 책으로만 가르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다시 걷기 위해, 소중한 이들을 더는 잃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아서 얻어낸 감각이었다.

나는 이 직관 위에 심리학이라는 학문적 뼈대를 올렸다. 설립 이래 쌓아온 7년의 임상 데이터와 나의 생존 경험을 정교하게 결합한 결과, 나의 공간은 '인생이라는 무대를 다시 세우는 연출실'로 재탄생했다.


지금의 회사는 그 처절한 생존의 기록 위에 세워진 곳이다.


엔터테인먼트 현장에서 배운 시청각적 극대화 기법은 이제 치유의 강력한 도구가 된다. 무용수의 정렬을 맞추듯 소매틱(Somatic) 기법으로 긴장을 풀고, 제작자가 무대를 구성하듯 향기와 차, 예술적 감각으로 오감을 재배열한다. 여기에 심리학이라는 과학적 근거를 더해, 감성적 위로를 넘어선 '실질적인 멘탈 매니지먼트'를 제안한다.

말보다 감정이, 감정보다 몸이 먼저 말한다는 것. 그것은 가설이 아니다. 내가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걸어 나온 길이자, 지난 시간 동안 수많은 내담자와 함께 증명해 온 확신이다.

혹자는 여전히 묻는다. 엔터 하던 사람이 심리를 얼마나 하겠느냐고.

나는 웃으며 답한다.


"가장 치열한 현장에서 인간의 밑바닥과 정점을 모두 겪어본 사람만이, 당신이 처한 그 복잡한 무대를 다시 연출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잠시 암전 된 것일 뿐이다.

그 어둠 속에서 당신의 감각이 다시 숨 쉬고, 다시 조명을 향해 걸어 나갈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영혼의 디렉터로, 당신의 무대 뒤를 지키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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