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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나지행 Nov 16. 2019

#13. 또다시 청천벽력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지 않아...


한국에서도 사업을 만들어놓고 나가야겠어


한국에 돌아와서 보름 만에 다시 나가기로 파트너들과 약속을 했는데 나는 양해를 구한다.

한국에서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손을 뗄 수가 없어...

이것을 마무리하고 다시 나가겠다는 마음으로 한국에서도 일을 진행을 한다.

일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사이드잡으로 고민, 심리 상담을 시작한 거?

나를 위로하기 위해 바꿨었던 전공을 살려서... 

그런데 사실은 나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시작했다.

나는 희한하게 다른 사람의 심리상태를 풀어줄 때 그들이 나의 고민까지 가져가 버리는 특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도 할 수 있도록 전화로도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외국으로 나갔다.


내가  힘들 때 나를 도와줬던 사람에게 보답할 수 있는 찬스가 왔다.


다시 외국에서 지낼 때이다.

한국에서 지인이 연락이 왔다.

나와 20년이 된 오빠이다. 내가 예전에 입원을 시작할 때 처음 와줬던 그리고 내가 퇴원 후 댄스스쿨을 할 때 인맥이 다 끊겨 헤매던 당시 사람들을 계속 붙여주며 나를 도와줬던...

내가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만나자고 연락했었는데 몸이 아파서 못 만난다는 답장만 왔던...


“오빠가 아팠어. 2년 동안 사람을 아예 안 만났어. 너무너무 외로웠어. 나 외국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돼? “

오빠한테 참 많은 도움만 받았었는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왔다.

”나 곧 한국 들어가니까 들어가서 만나 알았지? “

오빠는 그날 이후 외국에 있는 내게 수시로 전화를 했다.


드디어 한국으로 다시 들어간 다음날.

오빠를 가장 먼저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빠 나 왔어. 내일 만나면 되지? “

”응 “


내일 만나기로 한 약속인데

이 오빠 스타일 (재밌고 귀여운 습관인데 한번 전화하면 전화 끊고 또 하고, 끊으면 또 한다. 다시 전화할 때마다 중요한 포인트는 하나도 없다)로 오랜만에 끊고 또 하고 끊고 또 하고... 

우리의 다음날 만남의 포인트는 오빠의 외국에 나갈 문제에 대해 얘기 나누는 거였는데,

뭐 먹고 싶냐고 어느 맛집 갈지 우선순위를 정해서 골라보라고, 중요하지 않은 말만 골라서 해댄다.


”오빠 전화 그만하고 내일 봐~나 아무 데나 가도 돼 “

다음날 우리는 서초동에 있는 장어집에서 만났다. 오빠의 절친도 함께 만났다. 일을 함께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수아야 (오빠는 나를 수아라고 불렀다. 나의 옛 이름) 오빠 얼굴 이상하지?"

그 말을 하는데 내 눈도 못 마주치고 피하며 말을 한다. 대인기피를 겪었다는 것이 티가 날 정도였다.


"응? 아니~"

"오빠 얼굴이 안 좋게 되면서 사람들을 안 만났어. 이젠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외국에서 시작되면 어떨까 생각하는데 일단 내 친구도 외국에서 유학한 친구고 같이 시도해보려고 불렀어 너 소개해줄게"

"가자 오빠! 외국에서 오빠 할 수 있는 거 많아. 나도 어차피 다시 장기간으로 해외에 나갈 거라 외로운 거 걱정이었는데 잘됐다."


'오빠는 얼굴이 이상해졌다고 말을 하지만 여전히 잘생겼고 외국에서 한국 콘셉트의 카페를 경영하면 아시아권에서 한국 남자들을 좋아하니까 먹힐 거야. 아시아판 커피 프린스가 될 수 있어'

  

함께했던 그 마지막 시간들...


오빠는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나 지금 얼마 만에 웃는지 모르겠어... "

오빠는 대인기피로  집 밖을 나오기가 힘들었다고... 2년 내내 단 하루도 자살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고도 말했다.

"술 한잔 할까?"

술을 마시겠다는 오빠를 오빠의 친구가 자꾸 말렸기에 (오빠가 더 우울해질까 봐 염려가 되었을게다) 가볍게 와인 한잔만 하고 3차로 커피까지 함께 했다. 왠지 모르게 오빠가 안절부절 불안해 보였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상봉해서 일거야...'

오빠의 친구와 난 신나게 일에 관한 이야기를 했고 기분 좋게 우리 모두는 헤어졌다.


한편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나는 미팅이 계속 잡혀 있었다.

미팅 시간이 늦어 쫓기고 있는데 오빠한테 전화가 걸려 온다.

다짜고짜 묻는 내용은...

"수아야. 오빠 다시 시작할 수 있겠지? 잘할 수 있겠지?"

"그럼 오빠는 잘할 수 있어"

전화를 끊고 역시 오빠 스타일대로 1분 만에 다시 전화가 온다.

'진짜... 오빠 못 말린다니까...' 피식 웃으며 전화를 받자마자


"xx오빠!! 오빠 잘할 수 있다고~~ 근데 나 지금 미팅이 늦었어. 내가 다시 전화할게 응?"

"알았어..."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었는데...


전화를 끊고 나는 이틀간 매우 바빴다. 그리고 이틀 뒤인 일요일

해외에서 사업 세팅을 하는데 투자를 하겠다는 미팅을 기분 좋게 마치고 

기분도 좋고 배가 고파 파스타집에 혼자 들어갔다. 

'업장 세팅해서 오빠들도 함께  경영하면 되겠다...' 

내 머릿속에 슬슬 정리가 되어갔고 이 기쁜 소식을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오빠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질 않는다.


’다시 전화 오겠지 뭐... 궁금한 거 있으면 온종일 전화하는 사람인데.. 크크크...’

그리고 이튿날이다.

새벽 6시부터 전화가 계속 울린다.

잠결에 휴대폰을 보니 오빠 이름이 뜬다.

‘아... 이 진상... 내가 전화할 때 안 받더니 꼭두새벽부터 뭐야~’

조금 이따 전화하련다. 나는 더 자련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전화가 계속 온다. 뒤이어 문자 하나가 왔다.

     

x x x 별세... 오빠 이름이었다.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손가락이 벌벌 떨린다.. 오빠 번호로 전화를 했다

여자분이 받는다. 오빠의 여동생이었다. 침착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외국에서 왔다던 수아 동생 맞죠?... 하아... 오빠가 어제저녁에 떠났어요”


이건 무슨 느낌일까... 멍하니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부터 해야 하지? 어떡하지? 뭐지?'

방을 왔다 갔다 한다... 옷을 주워 입었다.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나는 믿을 수가 없다...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정말 오빠 사진이 걸려있다..

'진짜구나... 하아.. 어떡하면 좋아...'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있다. 구석에 앉아 그냥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았다.


어머니께서 내게 오셔서 말씀하신다.

"수아 동생을 제일 마지막에 만난 것 같은데 그때 무슨 얘기 했어요? 그때 이후로 표정이 침울했거든"

"아니에요... 저희 만날 때 오빠 오랜만에 웃었어요. 기분 좋게 헤어졌어요"

잠시 뒤... 며칠 전 함께 만났던 오빠 친구 준환 오빠가 얼이 빠져있는 상태로 들어왔다.

"오빠... xx오빠 우리 만날 때 기분 좋았잖아. 이거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돼?

우리 때문인 거야?" 


그 오빠 역시 혼이 나가 있었다...


주위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주위 사람들이 세상을 먼저 떠나면 하루, 이틀 공식적으로 함께 아파해주고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진 않는다. 며칠 전 만난 지인을 떠나보내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 방법을 알 길이 없었다.

난 하루, 이틀이 아니라 계속 패닉 상태이다. 떠날 거라면 나한테 도와달라고 그 며칠 전에 오질 말지. 나를 이렇게 멘붕 오게 만들 수가 있는 거야...? 너무하다... 너무하다...

나는 친구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다는 거 자체가 학습이 안되어 있었고,

그때 오빠와 함께 만났던 오빠의 친구. 준환 오빠와 만날 때만이 내 감정을 표출할 수 있었다.

준환 오빠도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우리는 만나면 엉엉 울었다. 

우리가 오빠가 떠날 것을 잡을 수 있었는데 그것을 캐치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준환 오빠도 나도 정신을 잡기가 힘이 듦이 반복되었다.

그 느낌은 뭐랄까? 처음엔 원망감이 그다음엔 슬픔이 그다음엔 공포가 밀려왔다.

오빠가 찾아올 것만 같았다. 미안한데 너무 미안한데... 무서웠다.

꿈에서 자꾸만 나타난다. 잠을 잘 수가 없다.


매일 연이은 불면증이 지속되자 나는 도망가듯이 외국으로 다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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