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고통은 끝이 있다.
미션 임파서블 007 작전
아... 짐이 너무 많다. 일부는 일단 현지 파트너들에게 보냈다.
한국 들어갔다 나오면 그곳에서 집을 얻기로 했거든.
나의 비행시간은 새벽이다. 이미그레이션 통과할 때 사람이 없는 새벽이 안전하다고 했다.
나는 중개인에게 돈을 줘놨고 중개인은 이미그레이션의 지정 사람에게 언더테이블을 하였다.
짐이 많다. 또 앤드류다. 누가 보면 앤드류가 나와 사귀는 줄 알겠다 할 정도로 모든 어려운 일에는 그 친구가 함께 해줬다.
한국을 들어갔다 나오더라도 쿠알라룸푸르에 있을 생각은 아니니 앞으로 앤드류를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우정. 그 따뜻한 마음 항상 감동이었다.
마지막 토스트와 커피를 사준다. 그때 중개인으로부터 문자가 온다.
'앞으로 10분 뒤 5번 창구를 통과하세요'
어째 돈을 줘놨는데도 무섭다. 그때부터 심장이 다시 쿵쿵 뛴다.
"앤드류... 나 잡히면 어떡해?"
"제니 걱정하지 마~~ 잘 통과할 거야."
그때 다시 문자가 왔다.
'지금입니다. 5번을 통과하세요. 다른 창구로 가면 절대 안 됩니다'
앤드류와 마지막 허그를 하고 나는 줄을 섰다.
'옆 줄로 옮기라고 하면 어떡하지? 아... 무서워 죽겠다....'
내 심장은 이미 두려움에 미친 듯이 쿵쾅 거렸고... 다행히 5번 줄에 딱 붙어서 창구로 넘어왔다.
나는 그 사람이 뭐라고 물어볼지조차 겁이 났는데 내 여권을 보면서 그 사람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어느 나라를 가든 이미그레이션 통과할 때마다 걸려도 늘 당당했던 내가 그 미소에도 오늘은 죄인처럼 고개를 떨구고 있다.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도장을 찍어주고 한 마디만 했다 "OK."
하아아.... 1단계 이미그레이션 드디어 통과.
이게 뭐라고 난 7개월이나 고생한 거야?...
안내방송만 울리면 심장은 다시 쪼그라든다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했더니 다리가 풀린다. 좀 앉아야겠다...
햄버거 집에 앉았다. 바로 앞에 환전소가 보인다.
처음 말레이시아 갔을 때 지갑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난 지금 한국 카드도 한국돈도 없다.
'환전을 해야겠다'
말레이시아 링깃을 꺼냈다.
"한국 통화로 바꿔주세요."
그런데... 그 여자가 갑자기 여권을 보여달라고 한다.
'헛.... 안되는데...'
"내 여권이 왜 필요한가요?"
"일정 금액 이상은 여권을 카피해야 해요"
나는 말없이 여권을 주었다...
내 여권을 복사하는데 불현듯 드는 생각이
'나 경찰이 잡으러 오는 거 아니야?' 공포가 다시 밀려온다. 나... 겁이 많긴 정말 많다.
"저기요! 저 환전 필요 없어요. 안 바꿔도 돼요"
다시 돈을 받아 도망치듯 그곳을 벗어난다.
앞으로 이륙까지는 두 시간이 남았다. 아... 빨리 이륙하고 싶다. 너무 무섭다...
카페에 자리 잡고 앉았다. 예전에 쿠알라룸푸르를 놀러 왔다가 돌아갈 때 자주 들렀던 카페인데...
그땐 참 편하게 앉아서 커피를 마셨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긴장일까?
땀이 줄줄 난다... 5분에 한 번씩 안내방송이 울린다.
KOREA나 J로 시작하는 스펠링을 읊을때마다 나를 찾는 것 같다.
그때마다 다시 심장은 요동친다. 미쳐버릴 것 같다. 노이로제다.
'아... 안내방송 좀 꺼버려. 나 돌아버릴 것 같아'
비행기 타러 가는 저 터널만 통과하면 되는데... 그 문 앞 카페에서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두 시간 동안 극도의 긴장감으로 바들바들 떨고 있다.
내 두려움 누가 알까? 이 역시 혼자만이 알고 있는 두려움이다.
남의 나라에서 소속감 없는 이방인이 되어있음을 감추고 지냈던 나 혼자만이 알고 있던 그때처럼...
드디어 비행기를 탄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지만 이륙 전까지 나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나를 잡으러 올 것만 같다. 나를 찾으러 올 것만 같다.
드디어 이륙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울린다.
비행기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하늘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땅에서 멀어지면서 몇 년 동안의 나의 모험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나도 모르게 읊조렸다.
"살... 았... 다...." 그리고 눈물이 줄줄 흘렀다.
드디어 한국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에 간다고만 했는데 게이트를 빠져나가니 온 가족들이 나와있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보지 못했던 가족이 한 명 늘어있었다.
친오빠의 딸, 나의 첫 조카다. 너무 예쁘게 생겼다.
’ 맞아... 나 가족이 있었지...‘
눈물이 핑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