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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나지행 Nov 16. 2019

#14.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 그런데..

사람의 인생 이렇게 허무한데?

자!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일어서자.

다시 외국에서... 


현지 파트너들과 사업을 하게 됐고 나는 혼자 콘도를 통째로 빌려서 거주했다.


나의 생활 목표는 심플 라이프다.

나의 하루는  아침 9시에 시작된다. 현지 파트너들과 10시에 만나 가벼운 아침 겸 미팅을 한다.

12시면 모든 일 끝. 그럼 파트너들이 나를 집에 바래다주고

집에서 나는 무엇을 할까 그때부터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주섬주섬 수영복을 입는다. 그 위엔 운동복을 입는다.

가방에는 물, 책, 노트, 약간의 돈을 넣는다. 그리고 가는 곳은 바로 아래 6층


내가 머물던 콘도의 수영장



내가 머무는 콘도 6층에는 대형 수영장과 헬스장, 미팅룸, 바비큐를 해 먹을 수 있는 곳, 카페...

모든 게 갖춰있기 때문에 굳이 다른 곳에 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의 내면에 휴식을 주고 싶다.

헬스부터 고고~ 그렇게 운동을 하여 땀을 뺀 후에 몸을 헹구고 수영복 차림으로  썬베드에 누워 책을 읽는다.

햇살이 따뜻하다. 비타민D가 내 몸에 들어온다. 캬아....

따스한 햇빛을 받으며 피부가 따뜻하게 구워지는 느낌이 매우 좋다. 그리곤 음악을 튼다.

나를 언제나 기분 좋게 하는 음악 bruno mars의 just the way you are.

내가 나에게 불러주듯 따라 하기 시작한다.



when i see your face 

there's not a thing that i would change

cause you're amazing. just the way you are 

내가 니 얼굴을 바라봤을 때, 내가 바꾸고 싶은 건 아무것도 없어.

넌 있는 그대로 어메이징 하니까...


이것이 평화이고, 이것이 행복이고, 바로 이것이 심플 라이프다.


행복이란 이런 것. 여자라서 햄 볶아요


너무 많은 여정 속에 돌아 돌아 이제 내게 선물로 이 평화가 주어진 듯하다.

나는 지금을 즐기고 싶다.

수영 후 카페에서 차 한잔을 하고 난 다시 올라온다. 그리고 다시 나갈 준비를 한다.

우리 콘도 바로 앞에 대형 마트도 있다. 마트에서 장을 보기 전에 내가 언제나 들르는 곳은 태국 마사지샵.

그게 코스이다. 마사지를 받고 개운해지면 나는 오늘은 어떻게 파티를 할까 어떤 요리를 할까 

식재료들을 고르기 시작한다.


매일 요리하는 것이 행복이었다.


파스타 귀신인 나는 마트를 갔다 오면 어김없이 파스타를 종류별로 만들어 요리한다.

그리고 호주산 맥기건 쉬라와 진토닉은  파스타 먹을 때 자주 같이 곁들이는 나의 친구이다.

요리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행복하다. 그리고 그것들을 뷔페처럼 쫘악 깔아서 와인과 곁들이면 그야말로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여자라서 햄 볶아요."


때로는 늦은 밤 테라스에 앉아 야경을 내다보며 깊은 생각을 하고 정말이지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할 여유를 만끽한다.

과거 해외에서 시련에 처해 모험을 했을 때 전혀 느끼지 못했던 해외에서의 여유를 드디어 만났다.


아.... 평화롭다.


테라스에 앉아 생각을 하는 것 또한 행복


때로는 서재에 앉아 책을 읽고 또 때로는 집 앞의 야외 레스토랑에 나가 대낮의 맥주를 즐긴다.


집 서재에서 책을 보거나 (좌) 야외 레스토랑에서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우)


     

그렇게 나는 그곳에 장기간 거주할 준비를 차례차례 해나가고 있었다.

낮에는 현지 파트너들과 한국 콘텐츠를 셋업을 하는 것을 논의하였고

가끔 한국의 내 그리운 친구들이 없어 허전할 뿐 그 외의 모든 것들은 완벽했다.


언니... 대체 어디 간 거야?


어느 날 평화롭게 방에서 잠을 청하기 전 한국의 친구들과 통화를 하고 갑자기 경희 언니한테 연락을 하고 싶다.

20대를 거의 그 언니와 붙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나의 베프 경희 언니.

언니가 결혼한 후 우리는 통 보지 못했었다. 게다 내가 해외에 계속 있다 보니...

한국에 잠깐 들어갔을 때 언니와 문자를 주고받았었다.

    

“우리 그때 연습실에서 밤새도록 연습하고 했던 거 생각난다. 연습하고 싶다”

“그렇지? 언니~언니는 결혼하니까 어때? 좀 안정감 있지?”

“응.. 행복해. 그런데 네가 부럽기는 해. 애들 보면 이쁘기는 한데 답답한 것도 있어. 싱숭생숭한 밤이다...”

“언니 나 해외 다시 나가기 전에 얼굴 보자”

“응... 아 나 집안 행사가 많아서 이번에는 보기 힘들 것 같아.. 미안 다음에 보자”

그렇게 문자로 수다를 떨고 언니는 나에게 우리 옛날에 한창 연습하고 놀았을 때 사진들을 보내주었었다.

그때가 너무 많이 그립다고...


'아! 언니 보고 싶다. 연락 좀 해야겠다.'

보이스톡을 걸었다. 받지 않는다. 카톡을 남겼다.

"언니 뭐해?"

카톡을 읽었지만 답장이 없다. 또 보냈다. 또 읽고 답장이 없다.

언니의 sns를 들어갔다. 언니의 친구 나도 잘 아는 언니가 남긴 글이 있다.


"우리 경희...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보고 싶다"

순간적으로 느낌이 싸하다...

오빠를 보낸 지 얼마 안 되어서일까? 뭔가 이상하다...

언니한테 지금 무슨 일이 있는 거라면 그 카톡을 읽고 있는 사람은 누구지? 안 되겠다..


"이 글 읽고 있는 거 언니면 답 빨리 줘. 

  만약 언니가 아니라면 언니한테 무슨 일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다음날 내 문자에 답이 왔다. 그리고 다시 나는 패닉이 왔다.


"수아 씨죠? 언니가 얘기 많이 했어요. 수아 씨처럼 살고 싶다고 계속 그랬었는데... “

그 글을 읽자마자 나는 답을 보냈다.

”지금 문자 보내시는 분은 누구시죠? 혹시 형부인가요? 언니는 어디 간 거예요? “

”네... 남편이에요. 수아 씨 따라 외국 가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이혼해 달라고 그랬는데  이혼해줬더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후회가 되네요 “

"언니... 하늘... 간 건가요?" 

내 몸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네... 저도 지금 보내는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많이 힘드네요"


나는 그 2~3 달 전 xx오빠 일로 마음을 추슬렀다기보다 힘이 들어 해외로 도망치듯 나왔다.

평화를 찾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슬픔을 모두 떨쳐낸 것이 아니라 임시방편으로 꾹꾹 눌러 놓기만 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난 해외에서 수년간  롤러코스터와 같은 삶을 살았는데... 그들은 왜 내가 부러웠던 것인지...

왜 내가 진정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었는지...

언니 또한 나를 따라오고 싶다고 했었다기에 내 삶처럼 살고 싶다고 했었다기에

다시 한번 나는 죄책감의 늪에 빠져들어 갔다. 깊숙이...


무섭다... 방 밖을 나갈 수가 없다.

     


그날 이후 나는 거실에는 24시간 불을 켜놓았고 내 침대가 있는 안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아예 잠을 자지 못했고, 안방에도 형광등에 스탠드, TV와 음악까지 켜놓고 해가 뜨면 그제야 잠시 눈을 붙였다.

악몽은 계속되었다. 오빠와 경희 언니가 번갈아서 꿈에 나온다. 함께 나를 찾아올 것 같다.

미쳐버릴 것 같다.

내가 정신병이 걸려버릴 것 같다. 그러면 난 준환 오빠에게 전화해 하소연을 하였다.

준환 오빠도 삼총사와 같은 오른팔 왼팔 친구 모두를 잃게 된 터라 내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파악을 했다.

내가 느끼는 무서움도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방 밖을 나가지 않은지 2주째   


겁이 하나도 없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듣는 나는 실제로는 매우 겁쟁이다. 놀이기구도 못 타고 공포영화도 못 본다.

이 겁쟁이 어디다 써먹을 수 있으랴...

밖을 나가지 않은지 2주가 되었다. 밖은 교회를 갈 때만 나갔고.. 모든 것들이 의미가 없어졌다.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하며 멋지게 살고 싶었던 야망들이 점점 사라져 갔다.

돈이나 권력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한가?

의미 없다...

나는 무엇을 위해 그 수년간을 힘들게 애쓰며 모험을 해왔을까?

사람의 인생 이렇게 허무한데?


삶의 진짜 의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음의 결심을 한채 한국에 돌아가기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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