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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니킴 Sep 26. 2022

[북리뷰] 1만 시간의 재발견

저는 PM으로서 프로덕트의 정성적, 정량적 데이터를 자세히 파고들어 제가 맡은 프로덕트의 개선점을 찾기 위해 매일 노력합니다. 사실, PM은 노력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프로덕트를 성공시켜 결과물로 보여줘야 하는 사람이죠. 



그런데 이런 정성적(VOC, 고객 문의사항), 정량적(프로덕트 이벤트 데이터, 매출 지표) 데이터를 꼼꼼히 보려면 못해도 1시간 이상 이 데이터를 찾고, 가공하고, 정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PM이 ‘집중하는 업무 시간 1시간’을 확보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매일 밀려드는 회의, 위클리 미팅에 들어갔다 나와 간신히 자리에 앉으면 다른 메이커 분들과 스펙을 논하는 저를 발견합니다. 실제 저의 하루 시간표를 보면 업무 시간의 90%가 미팅, 슬랙, 구두 논의 등의 커뮤니케이션 하는 데 쓰입니다. 



PM으로서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너무 당연한 업무이지만, 저는 커뮤니케이션 업무 시간과 전략/데이터를 고민하는 업무 시간을 7:3으로 유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 30%의 시간을 확보하려면 저는 불필요한 회의는 반드시 거절하고, 집중해야 하는 시간엔 슬랙과 이메일을 확인하고 답하려는 충동을 이겨내야 합니다. ‘내가 빨리 답을 안 해서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나 때문에 업무에 차질이 생기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을 떨쳐내고 집중해야 합니다.  



어떤 걸 더 잘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실시간으로 슬랙을 보고 답변하며, 모든 미팅에 참여해 업무 흐름을 파악하려는 어떤 관성, 그러니까 저의 컴포트존을 벗어나서 특정 업무에 집중을 해야하기 때문이죠. 



제가 이 일련의 과정을 몇번 더 거쳐 프로덕트 개선점을 찾고, 제품을 수정해서 출시한다면 저는 조금 더 유능한 PM이 되어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집중(focus), 피드백(feedback), 교정 및 반영(fix)의 

스텝을 차근차근 밟는다면 말이죠. 



책 ‘1만 시간의 재발견’은 집중, 피드백, 교정 및 반영의 과정을 거치면 우리는 내가 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설득합니다. 



책의 제목이 1만 시간의 재발견인 이유는,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서 언급한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한 관점을 살짝 바꿔 설명해주는 책이기에 그렇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누구나 1만 시간을 붓는다면 내가 하는 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저자 에릭슨 교수는 1만 시간을 붓는 게 아니라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즉 1만 시간의 들이붓는 연습이 아닌, 

의식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에 대한 방법론이 이 책의 주요 개념입니다. 



의식적 연습은 앞서 말한 것처럼 집중(Focus) -> 실시간 반응 확인 및 피드백(Feedback) -> 교정 및 반영(Fix)의 과정을 따릅니다. 



의식적 연습인 만큼 집중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특정 행위만 반복한다면 실력 일정 수준 이상으로 좋아지지 않을 겁니다. 또 내가 맞는 방향으로 집중해서 연습한 건지 상대방(코치, 선생님)으로부터 디렉션을 확인받지 못하면 헛 집중을 한 게 되겠죠. 



이 디렉션에 따라 교정해서 다시 의식적 연습에 반영하면 우리는 운동, 체스, 악기 연주, 업무 등 어떤 영역에서든 내가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어느 영역에서 내 실력이 더는 늘지 않는다면 이건 내가 ‘더 열심히’ 해야할 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시도’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우리의 실력이 멈추는 시점은 나의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나는 여기까지야'라고 한정짓고, 그 때부터 연습을 놓아버리기 때문인 거죠. 



의식적 연습을 멈추지 않는 한, 

더디더라도 꾸준히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게 저자의 논점입니다. 



사람의 가능성에 대해 굉장히 낙관점인 관점인데요, 저는 이 관점을 믿는 독자로서 정말 재밌게 집중해서 읽은 책입니다. 


We humans are most human when we’re improving ourselves.
(인간은 성장하려고 노력할 때 가장 인간다운 행위를 실천한다.)



집중(Focus) -> 실시간 반응 확인 및 피드백(Feedback) -> 교정 및 반영(Feedback)의 의식적 연습 과정에서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이 살짝 불편해야 한다는 겁니다. 



제가 누군가 저를 초대한 미팅을 거절하고, 슬랙을 보지 않고 데이터를 보는 데 집중할 때 PM으로서 저의 역량이 성장하듯이요. 저자는 우리가 심리적으로 살짝 불편한 상태일 때, 즉 컴포트 존을 벗어나는 게 성장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원서로 책을 읽어서 제가 흥미롭게 읽은 문장을 영어로 공유해봅니다. 


        

generally the solution is not try harder but rather try differently. 
(실력 성장이 멈췄을 때, 해결 방법은 더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새롭게 해보는 것이다.)
people more often just give up and stop trying to improve. 
(사람들은 대개 더 발전하려고 하기보단 그냥 포기해버린다.)
anyone can improve, but it requires the right approach. If you’re not improving, it’s not because you lack innate talent. It’s because you’re not practicing the right way. Once you understand this, improvement becomes a matter of figuring out what the right way is.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서 더 발전할 수 있지만 옳은 방법으로 해야 더 발전할 수 있다. 지금 자신의 실력이 멈춰있다면 재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맞는 방법으로 연습을 안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다. 이 사실을 인지한다면 실력을 올리는 데 맞는 방법을 찾아내면 된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remember: if your mind is wandering or you’re relaxed and just having fun, you probably won’t improve. 
(기억하세요: 연습할 때 마음이 붕 떠있거나 릴랙스한 상태로 즐기고 있다면 실력이 늘진 않을 겁니다.)



성장이라는 말이 잘 와닿지 않고, 

자기계발 캐치프레이즈 정도로 들리시는 분이라면 

저자가 평생에 걸쳐연구한 내용이 담긴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저는 이런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취미로 시작한 무언가(체스, 피아노, 드럼, 보컬, 골프, 테니스, 웨이트 트레이닝)가 진지해지고 있다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의식적 연습과 함께 나의 취미가 취미를 넘어서는 시점이 올 수 있습니다. 

- 그 취미가 최근 시들해졌다면...왜 그런 걸까요? 내 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이겠죠. 취미를 포기할 게 아니라 이 책을 집어들 때입니다. 

- '일단 1만 시간을 쏟아보자' 막무가래노 연습을 하고 계신다면 '의식적 연습'을 시작하셔야 합니다. 

또 저처럼 재능의 영역보단 발전 가능한 영역을 믿고 계시다면 흥미롭게 책을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또 이런 이유로 이 책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 비즈니스 환경에선 당장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업무 환경은 특히 Focus, Fix, Feedback 단계에서 Feedback이 명확하지 않거나, 실시간이 아닌 경우가 많아 상황의존적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항상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스스로 믿고 나아가는 것, 연습을 놓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보입니다. 


플라시보는 가짜 알약이지만 진짜 약보다 더 좋은 효과를 냈던 것처럼요. 


이건 제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한 주 모든 힘내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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