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넛 버터와 오후의 코끼리
“사시는 그곳이 어디예요?”
그녀가 물었다.
“사실 난, 몬테네그로 아칸타 왕국에서 왔소. 알칸타는 중세 예술의 황금기에 상업 요충지로 유럽의 중요한 허브 역할을 해왔소. 선대들은 대대로 발칸 반도를 다스려온 카이브 족들이었지. 우리 가문은 대대로 수백 년간 공존해온 문화와 종교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결사된 크롬베 나이트였소.”
그가 말했다.
“뭐라고요?”
그녀가 당황해하며 물었다.
“사실 거짓말이오. 동작구 흑석동에 살고 있소.”
“아네, 그럼 지금은 어떤 일 하고 계세요?”
그녀가 물었다.
“지금은 전설의 드래곤을 쫒으러 다니는 용사요. 마클레네 문파에 소속되어 있소. 이전에는 라쓰코다 소속의 용병이었지. 현상금이 걸린 드래곤을 잡아 돈을 벌고, 좀 더 여유가 있으면 고블린이나 슬라임 따위를 잡으러 다니오.”
“네?”
그녀가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사실 거짓말이오. 대한상회 점원으로 근무하고 있소.”
“아네, 그럼 학교에서는 무슨 전공을 하셨어요?”
그녀가 물었다.
“크리스틴 대성당 병설 칼리우스 마법 학교에서 천문학과 마법학을 전공했소. 이후 볼라냐 대학원에서 응용 마법과 분자학을 전공하고. 카렌다 오딧세이의 오클라 대마도사가 내 스승이오.”
“그것도 거짓말이죠?”
그녀가 말했다.
“거짓말이오, 국문학과를 나왔고, 경영을 복수 전공했소.”
그가 말했다.
“그럼,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 드래곤이나 몬스터 잡으러 다니는 거 말고요.”
그녀가 말했다.
“사실, 난 오타쿠라 오덕질을 하고 있소. 일본 미소녀 만화 감상. 미소녀 피규어 수집을 좋아하고, 그중에서 ‘미소녀 전사 핑크’의 광팬이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내 사랑 미도리짱이고 최근에 한정판 메이드 커스튬도 구매했소. 미소녀 전사 핑크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주인공 미카짱의 ‘아잉, 와타시와 카와이데스”이고 가장 아끼는 애장품은 1:1 사이즈의 오코짱 피규어와 미도리짱 성우의 사인이 담긴 미소녀 전사 핑크 극장판 CD요.”
“이것도 거짓말인가요?”
그녀가 말했다.
“아니, 이건 사실이오.”
그가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