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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준 Jun 17. 2022

다이어트

피넛 버터와 오후의 코끼리

 그녀는 초콜릿 쿠키 5개, 브라우니, 에그 타르트, 티라미수, 각 한 조각, 그리고 스트로베리 젤라토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한입씩 맛보며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누가 봐도 본질에 가까운 순수한 행복감이 그녀의 얼굴에 드러났다. 

 “근데, 다이어트한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물었다.

 “응, 괜찮아, 내일이 있잖아. 내일에 또 다른 기회가 있고, 지금은 지금 처한 상황에 충실하면 돼. 그럼 행복해지거든. ‘카르페 디엠’ 몰라? 호라티우스도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고 했거든” 

 그녀는 젤라토를 먹으며 말했다.

 그녀는 다음날 초콜릿 무스, 핫 수플레, 마카롱, 마들렌, 망고 푸딩을 가지고 왔다. 천천히 테이블에 세팅하고 디저트 스푼으로 초콜릿 무스와 푸딩을 번갈아 가며 퍼먹었다.

“어제, 다이어트한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물었다.

 “에머슨이 이렇게 말했어. 인생이란 마음에 그리는 미래로 사는 것이 아니다. 현재를 삶으로써 미래의 삶을 살 수 있다고. 즉,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내일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단 말이지.”

 그녀가 말했다. 

 다음날, 그녀가 이번에 가지고 온 것은 디저트가 아니었다. 그녀는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와 페퍼로니 피자 한 판, 볼로냐 스파게티, 그리고 프라이드치킨 5조각, 그리고 1.5리터짜리 콜라를 들고 왔다.

 “다이어트는?”

 내가 물었다.

 “사람은 현재 속에 있다. 누구도 내일이 무엇을 가져다줄지 알지 못한다. 알 수 있는 진실이란 그저 오늘뿐이라는 것이다.”

 그녀가 말했다.

 “스트라빈스키의 말이야.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불확실한 시대에 확실한 것은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거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이 모든 것을 먹어야 하는 거야. 이게 다 행복을 위해서지. 내일 다이어트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현실이라는 거지”

 “그럼 내일도 다이어트는 안 할 생각인 거지?”

 내가 물었다.

 “그건 또 아니지. 파스칼은 이렇게 말했어. 현재는 결코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단지 과거와 현재의 수단이며 미래에 삶의 목적이 있다고. 그런 의미로 보면, 내일은 다이어트를 할 생각이야.”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다음날, 탕수육, 짜장면, 아귀찜, 순대 볶음과 김밥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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