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용준 Jun 13. 2022

탐험대장 박두식

피넛 버터와 오후의 코끼리


 탐험대장 박두식. 그는 전문적인 보물 사냥꾼이다. 박두식은 보물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면 어디든 찾아가 반드시 가지고 돌아왔다. 지도를 구하고 정확한 지점으로 가서 보물을 찾은 후 정확한 기한 내 반드시 물건을 가지고 왔다. 그는 젊은 날 수중에 얻은 보물들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이를 기반으로 전문 트레저 헌터 기업 ‘금화 한 닢’을 설립했다. 금화 한 닢이라도 고객이 찾으면 가져다준다는 모토로 세워진 이 기업은 정확한 납기 준수와 신뢰를 추구했고, 대표 김두식은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게 됐다. 

 어느 날, 한 노신사가 김두식을 찾아왔다.

 “안녕하시오, 김두식 대장. 명일 그룹 회장, 최복례라 하오. 당신의 인생을 바꿀 엄청난 제안을 하러 왔소. 이번 일이 잘 성사된다면 당신과 나는 돈방석에 앉게 될 것이오. 영원한 돈방석에”

 그가 말했다. 

 “어디에 대단한 보물이라도 숨어 있나 보죠?”

 김두식이 말했다.

 노신사는 품속에서 접힌 지도 한 장을 펼쳐 책상 위에 놓았다. 지도의 X 마크는 얼핏 봐도 보물이 숨겨진 장소 같았다. 

 “어떤 물건이오?”

 김두식이 말했다.

 “이건 보통 물건이 아니오. 이 물건이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 세상은 발칵 뒤집힐 것이오. 우리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탐험을 떠나는 갈림길에 있소. 이것을 얻기 위해 히틀러는 세계를 공포와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네로 황제와 진시황은 수천 명을 희생시켰지.”

 “설마, 이것은?”

 김두식이 말했다.

 “그렇소, 불로초요. 불로초는 전설이 아니오, 숨겨있지만 실존하는 약초요.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뭇잎의 흔들림이 그 존재를 알려 주듯이, 여기 있는 지도가 불로초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이오.”

 “그렇다면, 이 지도는 어디서 난 겁니까?”

 김두식이 말했다.

 “우리 직원 중 한 명이 발견했소. 우리 기업은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무역 상사처럼 보이지만, 사실, 불로초를 찾기 위해 만들었소. 이를 위한 23개의 전담팀이 있지. 그중 탐색 2팀에서 단서를 찾았소. 몬테네그로, 코토르에 있는 한 고성당의 벽화에 불로초의 단서가 있었지. 우리는 가서 벽화를 뜯어내 1년간 분석했고, 그 결과 이 지도를 수중에 넣게 되었소. 불과 한 달 전의 일이오.”

 최복례가 말했다. 

 “이 지도에 따르면 불로초는 히말라야 중에서도 가장 등반이 힘들다는 낭가파르바트의 4500m 절벽 끝에 있군요. 지형적으로 봤을 때 일반 장비로는 접근이 힘들지요. 자칫하면 목숨을 잃거나 아니면, 물건을 잃게 되겠죠. 당신이 나를 찾아온 이유를 알겠어요. 후후, 어렵긴 하겠지만, 전 탐험대장 김두식, 실패를 모르는 남자입니다. 오히려 불가능한 상황을 즐기죠. 그럼 계약서에 사인하시고, 계약금은….”

 김두식의 말을 끊고 최복례가 말했다.

 “계약금은 현금 8억과 불로초의 절반이오. 8억은 인건비와 출장비, 장비 구매비가 포함된 금액이오. 그리고 불로초의 절반. 그렇다면 당신은 죽지 않고 영원한 젊음을 얻게 될 것이고, 일부는 팔아 막대한 이윤을 남길 수 있을 거요. 이 정도면 충분할 거 같은데?”

 “하하하, 좋습니다. 계획서를 짜고, 팀을 꾸리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하니, 3주 정도면 충분하겠어요. 물건을 찾게 되면 곧 연락을 드리지요.”

 탐험 대장 김두식은 아틀란티스 프로젝트, 폼페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최고의 정예 대원 3명을 신중히 탐험 대원으로 선발했다. 지형 전문가 최태순, 약초 감별사 김진국, 그리고 천재 해커 스티븐이었다. 이들은 2주간 함께 숙박하며 불로초 프로젝트를 위한 전략과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장비도 최신형으로 모두 교체했다. 모든 준비가 완벽했다. 김두식은 대원들과 조촐히 저녁 만찬을 즐긴 후 히말라야로 출발했다. 

 4월 8일 18:20, 히말라야 산맥. 

 이들은 지금 눈보라가 휘날리는 낭가파르바트 절벽 4500m 지점에 매달려 있다.

 “예상보다 악천후라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대장님, 일단 철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원 최태순이 말했다.

 “철수는 철수한테나 말해라. 내 사전에 철수는 없다. 영희면 몰라도. 하하하.”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유머를 잃지 않는 김두식이었다.

 “대장님! 저기, 2m 앞에 불로초가 있습니다.”

 약초 감별사 김진국이 소리쳤다.

 “그래, 다들 대기. 내가 간다!”

 김두식이 외쳤다.

 김두식은 절벽에 바짝 붙어 온 힘들 다해 손을 뻗었다. 불로초가 손에 잡혔다. 

 “하하하, 성공이다! 불로초를….”

 김두식은 떨어지고 있었다. 발을 헛디뎠다. 오른손에는 불로초가 쥐여 있었다. 위에서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대원들이 목소리가 들렸다. 

 떨어지는 수 초간 김두식은 본능적으로 불로초를 입에 넣어 씹어 먹었다. 

 “하하하, 이것으로 됐다.”

 김두식은 떨어졌다. 그리고 다음 날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최복례 회장이 대원들을 찾아와 말했다.

 “거, 미안하게 됐구먼…. 불로초는 늙지 않게 하는 풀이지, 죽지 않게 하는 풀은 아니라네.”


작가의 이전글 회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