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5일 칠레의 산호세 광산 지하 700미터 지점에서 33인의 광부가 매몰됐습니다. 수일이 지나도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았고, 가족들도 더 이상 희망을 갖기 어려울 때쯤 33명의 광부들이 살아있다는 쪽지가 발견됩니다.(천장을 뚫고 온 구조대의 드릴에 붙여진 쪽지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당시 작업 도중 큰 소리와 함께 갱도가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 광부들은 일단 광산 내 대피구역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섭씨 32도가 넘는 고온과 어둠 속에 먹을 것이라곤 유통기한 지난 우유 및 일부 통조림과 과자 같은 것 뿐이었고, 갱도차에서 나오는 불빛을 이용하고 굴착기로 땅을 파 지하수를 얻었다고 합니다. 언제 구조될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에서 광부들은 매일 한 끼에 빵 하나를 33등분으로 나눠 먹으며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지하 700미터 아래에서 이들은 철저한 분업을 통해 생존을 도모했습니다. 50년 이상 탄광에서 근무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작업 조장이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고, 간호사 출신의 한 광부는 동료에 대한 의료 및 심리 안정을 담당했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하는 한 광부는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맡았으며, 문학에 소질이 있는 광부는 동료들에게 시를 읊어주었다고 합니다. 또한 2개 팀으로 나눠 한 팀이 잠을 자면 다른 팀은 생존에 필요한 노동을 하거나 휴식을 하는 식으로 힘겹게 버텨냈습니다. 그리고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69일 만에 33인의 광부들 전부가 구조됩니다.
광부들이 작업하는 곳을막장이라고 합니다. 막장은 사전적 의미로 갱도의 막다른 곳(끝부분)을 의미하는데 의미가 확대되어 ‘인생 갈 때까지 간 사람, 더 이상 미래가 안보이는 사람(막장인생)’을 지칭할 때도 쓰이고,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서 말도 안되는 상황으로 치달을 때도 쓰입니다.(막장드라마)
막장은 보통 기온이 30도씨를 웃도는 습도가 아주 높은 곳입니다. 이러한 막장에서 일을 하면 온몸은 금방 땀으로 뒤범벅이 됩니다. 이런 더위 속에서 석탄가루를 막아주는 방진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콧구멍은 막히고 입속은 까많게 되는데 광부들은 무더운 막장 중에서 가장 덥고 습한 막장을 월남(베트남)막장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월남처럼 더워서 붙인 이름인데, 우리나라가 월남전에 참전했던 역사적 배경과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