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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마신토끼 Mar 29. 2021

어쩌면 우리, 가짜일을 하는 건 아닐까요?

'

일주일 중 하루, 이틀은 재택 나머지는 출근이라는 간헐적 재택근무를 하면서부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재택근무하는 날 보다 사무실 근무하는 날이 유독 바쁘다는 점이다


재택근무하는 날에는 생각보다 할 일이 빨리 끝나거나 나름 여유로워서 왜 이렇게 나 여유롭지? 라며

의아해했다가 사무실 근무하는 날에는 왜 이렇게 하루가 정신없지? 라며 너덜너덜 해진 멘털을 붙잡고

퇴근하는 나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뜻하지 않게 답을 찾게 되었다.  


"커피 마신 토끼 씨, 이것 좀 확인해봐"

"커피 마신 토끼? 이거 확인요청드려요 "

"커피 마신 토끼님... 이거"


어.. 어랏...


일이 이곳저곳에서 흘러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재택일 때는 이상하게 문의 들어오는 것도 거의 없다가, 사무실 출근만 하면 다들 어떻게 알았는지

그동안 하나둘씩 쌓아 놓고 있다가  내가 사무실에 보이면 '어! 나왔네!' 하면서 보따리장수처럼 하나하나

풀러 내놓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일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어헛헛.. 다들 왜 이러시나...





물론, 사무실 출근하는 날 언제나 저랬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병행을 하다 보니, 재택근무할 때에 비해 사무실 출근할 때 일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게 체감되면서 아 이게 눈에 보이고 안 보이고의 차이인 건가 싶었다.


직장인이다 보니 블라인드 앱을 자주 애용하는 편인데,

거기서 누군가가 올린 '우리가 가짜일을 하는 이유 '라는 기사 링크를 발견하고 읽게 되었다.

읽고 나서  어쩌면, 나도 혹은 우리도 가짜일을 하고 있는 거 아닐까 싶었다.


'가짜 일'은 주로 직장에서 권위나 기득권을 내세우려는 상사들에 의해 만들어지며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 일' 은 하급자들에게 주어진다고 한다.

게다가 특히  권위적인 한국 기업 문화에서 사례가 많이 발생한다고.


조직이 직원들의 업무를 정하는 방식에 있어 유연성 부족과

직원들은 생산성이 하루 또는 주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고려하지 않은 9 to 5(9시 출근 5시 퇴근)' 문화

때문에 자신이 조직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야' 한다고 느낀다고 한다.


이걸 해소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근무시간대를 시간 블록으로 나눠 어떤 블록이 어떤 업무에 사용될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가짜일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해당 인터뷰 내용에 다 찬성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난 9 to 6(내가 다니는 회사는 9 to 6) 문화 덕분에 6시에 칼 같이 나와도 그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이 문화가 정착되기 전에는 ‘병원 or 약속 등등' 이런 사유로 먼저 가보겠다고 하며 퇴근했었으니까.


나는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문화에는 저 9 to 6 문화는 꼭꼭 오랫동안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생산성이 하루 또는 주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고려하지 않은' 이 부분에는 공감한다.

일하다 보면 정신없이 바쁜 날도 있고,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여유로운 날이 있는데,

바쁜 날은 정말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시간이 부족하다가도 여유로운 날에는 내가 할 일을 끝냈는데도

아직 퇴근시간은 다가오지 않아서 하릴없이 엑셀을 켰다 껐다 이전 회의자료를 읽고 또 읽기도 했었다.


차라리 집이었다면, 다른 일을 했을 텐데 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재택이 아닌 사무실 출근하는 날에 쏟아지는 일들이

어쩌면, 그들도 조직에 기여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나 역시 조직에 기여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를 위해서 내 나름의 가짜일을 만들어 여기저기 던져주는 걸지도.


이런 '보여주기'가 아닌 정말. 나를 위한 나만의 일을 하면 좋을 텐데

난 언제 '나만의 일'을 찾을 수 있게 될까?  언젠간 찾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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