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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지은이 Sep 04. 2019

지은아, 밖에 좀 봐바

진주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 안이다.

진주로의 출장은 심호흡이 필요한 거리지만 새삼 감사한 마음에 브런치를 켰다.


경남의 산도 이렇게 아름다웠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자고싶었다. 그래서 동행자와의  버스 좌석 간야무지게 커텐도 쳤건만 기분좋게 망했다.



멋진 산을 보고 있으니 문득 고등학생 때 작은 승용차 안 엄마와의 대화가 생각난다.


"지은아, 밖에 좀 봐바"


'아... 왜 자는데 자꾸 말시켜. 우리나라 당연히 사계절인데 5월이면 꽃피고 가을이면 단풍드는게 당연하지.'


못된 여고생의 마음의 소리.


쉴새없이 부르텄던 입술이 대변하듯 늘 피곤한 회사원이었던 아빠. 그래도 엄마아빠는 소중한 주말, 우리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셨다.


밖을 보라던 엄마는 지난주와 다른 이번주의 나무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겠지, 흩날리는 벚꽃을 함께 보고 싶었겠지. 그래서 잠자는 나를 깨워가며 말했겠지.


그 마음은 왜 이제야 알게되는 걸까.

엄마와 꼭 닮은 나는 엄마의 예민함과 감성적인 마음이 자주 벅차다.


하지만 늘 마음 한 켠, 툴툴대고 무심한 딸의 미안함이 너무 크다.


나중에 내가 자식을 낳았을 때 "밖에 창문 좀 봐바, 너무 예쁘지" 라고 말했을 때.

내 자식은 알아줄까, 너와 함께 이 예쁜 풍경을 봐서 더 행복하다고 말하는 진심을.


어리석다, 늘 어리석다.

그 마음이 한결같이 아프다.


결론은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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