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wards(에필로그)

by 하윤슬

오늘은 금요일.

언니랑 집 근처에 종종 가는 퓨전 중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언니는 6시 정시퇴근을 한다고 했고 나는 5시에 일을 마칠 예정이므로

집에 갔다가 시간 맞춰 다시 나갈 예정이다.


나는 집 근처의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처음으로 고정적으로 하는 알바로, 일한 지는 이번 달로 5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손님을 응대하고 다른 사람들이랑 함께 일하는 게 그리 쉽지는 않다.

감정적으로 힘든 상황을 마주할 때도 있지만

그럭저럭 잘 넘어가고 있다.

언니와 가족들도 내가 고정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점을 반기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나의 내면에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고, 말하고 싶지 않은

단절감과 우울함이 있었다.

우리 가족은 화목한 편이었고, 부모님의 이혼, 학대, 질병과 같이 나쁜 일은 없었다.

그러나 나의 우울함은 개연성 없는 드라마의 전개처럼 그렇게 나와 함께 했다.


그런 나에게 거짓말은 나를 방어하는 수단이 되었다.

나도 ‘거짓말은 나쁘다‘라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러나… 내게는 내가 비난받거나 곤란한 상황을 견딜만한 힘이 없었고

거짓말을 이용하면 그런 순간을 지나가는 게 조금 쉬웠다.


언니는 내가 거짓말 한 걸 알아도 몇 마디 하고 말았다.

하긴 뭐 어쩌겠는가?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데.


그렇지만 모순적이게도 가족들을 속여오는 동안 힘든 것도 나였다.

누군가 왜 내게 감당하지도 못할 거짓말을 해서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았냐고 묻는다면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다른 방법은 없었다.

나에게는 솔직해질 용기도 없었고 나의 나약함을 얘기할 에너지도 없었다.

어쩌면 가족이라서 더욱 말할 수 없었다.

진짜 나는 나만 알게끔 꽁꽁 숨기고 가짜의 나로 잘 지내는 척하는 것이 훨씬 편했다.


나는 죽기로 결심했으나

죽지 못했고

내가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실들이 다 드러나버려서

결국에는 이렇게 살고 있다.


언니를 생각하면 참 미안하다.

내가 자살시도 후 잠에서 깼을 때

울면서 나를 안아주던 언니.

살아만 있어 주라던 언니.

언니가 원했던 대로 한 달 전쯤부터 나는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원래 나는 나의 생각과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솔직히 말하는 게 싫었다.

치료를 받는다고 크게 좋아질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었다.

치료가 안 되어도 그만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다녀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치료 효과도,

나의 우울증을 극복할 날이 올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 살고 있고

내일 카페에 출근을 할 것이고

언니랑 이따 저녁을 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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