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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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슬

나 때문에 살고 있다는 동생.


동생이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삶에 의욕을 가지고, 일을 하고, 사회에서 살아가게 하기 위해

병원 진료를 권유하고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나 때문에 살고 있다는 동생의 말을 떠올려보면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동생이

변화할 시기와 의지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데도

내가 나의 시간과 시선으로 동생을 재촉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점차 시간은 흘렀고 우리는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병원 진료를 받는 일과 동생의 지속적인 거짓말 문제를 두고

서로의 감정이 폭발하기 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우리는 동거인이자 자매로서

빨래를 세탁기에 넣어 좀 돌려주라던가 또는 부모님이 먹을거리를 담아 보낸 택배가 왔다던가 하는 일상에서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가끔 같이 배달음식을 먹으면서 둘이 함께 좋아하는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깔깔대며 웃기도 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보게 된 내가 좋아하는 뇌과학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내 마음대로 사람을, 세상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무기력감 없이 받아들이는 과정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게 이런 거라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동생을 통해 나는

사람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걸까?

다른 그 누구도 아닌 가장 가까운 가족을 통해서

마음 아픈 만큼 비싼 수업료를 내며

무기력감을 덜어가며 어른이 되는 과정을 몸소 배우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나의 동생이 우울증을 극복하고 살아갈 날을 여전히 소망하고

그렇게 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앞으로도 할 것이지만,

동시에 나는 진짜 어른이 되어가며 겸손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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