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조각의 크기

24

by 하윤슬

그 뒤로 며칠이 흘렀다.

그 며칠 동안 나와 동생은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동생이 집에 와도 나는 알은체 하지 않았고,

내가 집에 왔을 때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동생과 달리

나는 퇴근 후에 운동도 하고 사람도 만나며 바쁘게 지냈으므로

밤에 집에 들어오면 동생과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그다음 날이 되었다.


이쯤 되니 내 마음도 ‘될 대로 돼라’는 식이었다.

며칠 전 동생과의 전화에서, 동생이 전화를 끊기 전에 했던 그 말들이 내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다.

마치 동생은 말로 내 마음을 산산조각 내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았고 내게 기어이 그런 말을 쏟아낸 동생이 미웠다.

그리고 나의 갖은 고민과 설득과 노력에도 병원에 가지 않겠다는 동생을 보며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는 무기력함을 느꼈으므로.


동생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울증이라면서 병원 진료도 받지 않고

내게 계속 상처를 주고 나를 힘들게 한다면…?

‘나는 너를 놓아버릴 수도 있어.

내 인생을 힘들게 하는 사람에 대한 나의 관용과 이해에는 한계가 있어.

아무리 내가 너의 언니라고 해도… 나는 나의 인생이 제일 소중해.‘


동생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에 대한 방어기제였을까?

나는 현실에서는 동생에게 하지 못 하는

이런 식의 협박과 으름장 같은 말들을 속으로만 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제멋대로 뻗어나가는 나의 생각은 역시 제멋대로인 동생에게 그동안 화가 많이 쌓였던 걸까?

아니, 이건 아마 동생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나의 뇌가 독단적으로 만들어 낸 것 같다.

나는 동생이 가진 것과 내가 가진 것을 저울질하며 아주 못 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너가 없어도 친구들도 있고 친한 동료들도 있어.

너는 아무도 없잖아. 너가 계속 이렇게 이기적으로 굴어서 내가 너를 내 마음 밖으로 밀어내버리면,

이제 오로지 나를 위해 살겠다고 나를 힘들게 하는 너를 외면하자고 결심하면

누구에게 더 손해일까?‘


나에게 있어 동생.

동생에게 있어 나.

성격적인 차이인지 동생의 우울증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의 영향인지 모를 일이었지만

예전부터 나는 항상 동생보다 친구가 많았고, 누군가를 만날 약속이 많았다.

나는 친한 직장동료들이 있고, 같이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비유하자면 인간관계라는 파이를 나는 조각조각 나누어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있었다.

그러나 동생은 파이를 나눠줄 사람이 많이 없을 것이다.

동생은 내게 자신의 가장 큰 파이 조각 중 하나를 주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가 잠시나마 했던 못된 생각이

한껏 더 죄스럽게 느껴졌다.

많이 착하지 않은 내가, 마음이 그다지 넓지 못한 내가 부끄러웠다.

그 죄책감과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지나가고 나면,

슬픔이라는 감정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동생의 처지가 마음이 아팠다.




언젠가 동생이 엄마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고 했다.

‘나는 언니 때문에 살고 있어.‘

keyword
이전 24화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