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편 '우리 도서관 영화촬영 장소로 제의받았데' 이야기에 나온 도서관은 현재 근무하는 도서관으로 시설이 오래되고 요즘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어 다양한 의견이 오가던 곳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도서관의 리모델링이 갑작스레 결정되었다. 리모델링과 신축 사이에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갔다.
나는 평소 주어진 행정 업무만 다뤄왔기에 이번 일이 생소했다. 다행히 가장 중요한 심의와 예산 확보는 이미 완료된 상태였고, 나는 본격적으로 건축 설계 단계부터 업무에 참여하게 되었다.
리모델링의 기본 방향은 개방, 소통, 그리고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설정했다. 모기관의 특성과 주변 환경을 고려하여 수도권 일대의 최근 리모델링 사례를 조사하고, 청소년 센터와 같은 타 기관의 운영 사례도 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찾아보았다. 도서관만 우리의 경쟁 상대일까? 돈 내고서라도 가는 카페, 스카 등 책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면 어디든 방문하고, 업무가 아닌 개인 시간에 들린 카페나 낯선 곳에서도 죄다 너도나도 할 거 없이 사진을 찍었다.
직원뿐만 아니라 인근의 학생, 도서관 이용자와도 여러 번의 만남을 거쳐 리모델링을 할 때 바라는 바를 알아보았다. 그 결과 도출된 아이디어들은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원하는 것이 다양하였는데,
지하 1층, 지상 2층의 자그마한 도서관에서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졌다.
실제로 견학 갔을 때 다른 도서관의 모습들이다
우여곡절 끝에 공모를 통해 설계업체가 정해지고, 약 6개월(180일간)의 설계작업이 시작되었다.
우리도 “새로 지은 도서관처럼 화려한 조명과 서가를 갖추고 싶다”라고 요청했지만
리모델링(기존의 뼈대에 내부만 공사하는 것)이란 한계는 명확했다. 전기설비는 기존 건물 구조에 맞춰야 했고, 층고도 낮아 천장형 냉난방기와 공기순환기를 설치하니 천장이 한 뼘 더 낮아졌다.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도서관은 1년간 임시 휴관을 해야 했다. 이용자들에게 이를 알리자 “건물 내부 하나 고치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공사가 단축될지 더 길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리모델링 준비 과정에서 오래된 장서 약 3만 권을 필요한 단체에 양여하고, 사용 불가능한 물품은 폐기했다. 동시에, 상태가 양호한 물품과 장비는 리모델링 후 재배치할 계획을 세웠다. 이 작업은 예상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리모델링 중 정리한 3만 권의 책 중 일부
또 하나의 도전은 무선 인터넷 설치였다. 공공기관의 무선 인터넷 설치는 단순히 통신사에 전화를 걸어 설치하는 일이 아니었다. 보안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야 했고, 이에 따라 전산 전문가가 없는 작은 도서관에서는 담당 사서가 스스로 공부하며 해결해야 했다. 머리 싸매고 고생한 끝에 겨우 시스템을 구축했다.
앞으로 공공기관을 방문했을 때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길고 복잡하다고 불평하지 말길 바란다. 모든 것은 철저한 보안을 위한 조치라는 것을 기억해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