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데이션K
슬초3기 브런치 작가님들과 올해 매월 한 권의 책을 읽고 글을 쓰기로 했다.
올해 첫 책은 바로 '트렌드코리아 2025'
해마다 베스트셀러이기도 하고 공동저자의 강의도 들어봤던 책이라 읽는 동안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10개의 트렌드 중 어떤 주제로 글을 써 볼까 고민하며 책을 읽는 중,
'그라데이션K' 트렌드에서 독서를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 K(한국) 상품이 해외시장을 주름잡고,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50만 명을 돌파해 인구의 5% 육박하는 이런 상황에 '얼마나 K'한 지를 묻는다. K를 단일한 기준에 의한 이분법으로 규정하지 않고, 한 색깔에서 다른 색깔로 서서히 변화하는 '그라데이션'개념을 사용해 한국적 정체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로 그라데이션K로 명명하고자 한다."
책에서는 사람그라데이션, 문화그라데이션, 시장그라데이션, 글로벌 유동성과 그라데이션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 중 나는 사람그라데이션에 눈길이 갔다. 여러 이유로 외국인이 유입되고, 인구수가 많아지면 굳이 따로 떨어트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문화나 시장이 형성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내가 살고 있는 부천시도 외국인 밀접 도시이다. 동네에만 가봐도 중국어 간판으로 적혀있는 양꼬치 가게나 환전가게가 늘고 있다.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는 한국국적의 학생보다는 부모가 외국인이 학생들이 더 많다고 한다. 딸아이가 다니는 유치원도 이런 변화에 익숙하다. 부모님이 중국인인 친구도 있고, 호주에서 살다가 잠깐 한국에 들어왔다가 다시 호주로 나가는 친구도 있다. 이 아이들의 국적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유년기에 2개 이상의 나라를 접하면서 한국만을 모국이라고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다.
화성시에서 근무했을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산업단지와 제조업체가 밀집한 지역 특성상 러시아 출신 학생들이 많았다. 어느 날, 인근 학교의 교장선생님이 전화를 걸어와 "도서관에서 러시아어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나요?"라고 물으셨다. 러시아에서 중도 입국한 학생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학교와 학부모 모두 이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 중이었다. 퇴근을 위해 차를 타고 5분만 벗어나도 시장에는 러시아 출신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간판이 즐비했다. 내가 자랐을 때만 없을 뿐이지, 지금의 대한민국은 이미 예전부터 그라데이션K의 흐름 속에 들어와 있던 것이다. OECD는 한 나라의 외국인 비중이 5%를 넘으면 다문화국가로 분류하며, 2023년 우리나라의 외국인 비중은 4.8%로, 이제 다문화국가 진입이 머지않아 보인다.
*중도입국자녀: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부모를 따라 자기 나라로 들어오거나 귀화한 자녀.
이제는 다문화는 한국사회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이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인구 절벽이 진행되는 나라이며, 이에 대해 대비책의 일환으로 외국의 인력을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에서도 다문화 학생,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정책은 필수이다.
다문화 학생이 늘면서 5~10개국의 언어로 가정통신문이 나가기도 하고
중도입국자녀를 위해 한국어 교실을 진행하기도 한다.
*내가 구독하는 브런치 작가님 중에 '초들' 작가님이 다문화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이야기를 에세이로 쓰고 계신다. https://brunch.co.kr/magazine/newbeginning
예전에는 다문화가족센터라고 불리던 기관은 가족센터로 변경되었으며, 여성가족부 산하 아래 다문화는 특별한 것이 아닌 하나의 가족형태로 보고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내가 발 담그고 있는 도서관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에서 5년마다 내놓는 도서관종합발전계획에서 다문화가족을 위한 서비스 확대는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특히 공공도서관들은 이주민들을 새로운 도서관 고객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트렌드코리아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의 숫자는 5%에 근접하며 다문화 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학교나 도서관에서 다문화라 명명하고 식상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참여자는 절대 모집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삶에 스며들고 싶은데 단기 프로그램으로는 맘을 열기가 쉽지 않아서일까? 책에서 말한 '그라데이션K'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힌트를 준다. 급격한 변화가 아닌, 천천히 스며들듯이 다문화적 요소를 받아들이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정말로 많이 부족한 나이지만, 도서관이 그라데이션K처럼 천천히 흡수하여 라이브러리K가 된다면 대한민국이 괜찮은 나라로 가는 길에 일조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