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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치가 수영에 도전하다.

제발 자유형이라도 할 수 있기를.

by 윤슬

수영에 대한 로망은 항상 있었다.


엄마가 "넌 신혼여행 가서도 풀에서 수영도 못하고 구경만 할 거냐!"라고 젊은애가 참 답답하다 식으로 이야기하셨다. 고민고민하다 새벽수영을 등록했다. 하지만 직장생활의 피곤함과 이 저주받은 몸치가 수영장 풀장만 돌아도 강사샘에게 한 움큼 지적을 받게 되니 몇 번 나가지도 않고 관두 버렸다.


그러고선 시간이 훌쩍 흘렀다.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중에서


어느 날 설현이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에서 저렇게 바다 위에 떠 있는데, 나도 저렇게 둥둥 떠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그즈음 아들은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여 접영까지 배웠다. 워터파크를 가면 아들은 인어처럼 물을 휘젓고 다닌다. 최근에는 둘째도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으니 인제 내 차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시에서 운영하는 체육관이 리모델링을 끝마치고 수영 강습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개월 단위로 신규 모집을 하는 수영 강의는 내가 신청하는 달이 2번째 달이었다. 빈자리가 한두 자리밖에 없지만 연습 삼아 호기롭게 등록을 했다. 로또 운은 없지만 수영운은 있었는지 수영등록에 성공하였다. 두 자릿수의 엄청난 경쟁률이었는데..


등록을 하고 나서부터는 인터넷을 폭풍 검색했다.

'수린이'로 검색한 온갖 정보가 쏟아졌고 수영하는 동네 언니의 도움도 받아 준비물을 챙겼다. 드디어 첫날!

일찌감치 일어나서 출발했다.

매 정각 20분 전부터 등록이 가능했고, 드디어 사물함 키를 받고 들어갔다. 샤워를 하고, 수영복으로 환복하고 풀장으로 나가니 6시 3분 전!

아무도 안 나온다. 혼자서 뻘쭘하니 서 있다 6시가 되어 안전요원이 나와 준비운동을 시작하니, 그제야 수강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아. 내가 넘 일찍 나왔구나) 준비운동이 끝날 때쯤 강사샘이 등장하시고, 준비운동이 끝나자 수강생들은 약속하듯이 풀장을 한 바퀴 걸었다. 눈치껏 여자 회원들의 맨 마지막에 줄을 서고 한 바퀴 수영장을 도는데 왜 이리 휘청휘청거리는지 나의 몸이 벌써부터 두렵다.


강사샘의 출석 확인 후, 나에게만 따로 오셨다.

"수영 배우신 적 있으세요?" "아니요. 처음이에요"

"그럼 오늘은 호흡법부터 배울게요. 음~파 음~파"

첫날 하루 나는 "음파음파"를 "엄마아빠" 하듯 수백 번 불러보고 끝마쳤다.


두 번째 날..

첫날 너무 일찍 나가 혼자 뻘쭘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수영복, 수영모까지 다 썼지만 온수를 맞아가며 5시 59분 풀장으로 나갔다.

오늘 다른 회원들은 땅콩 같은 것을 손에 쥐고 발차기를 시작했다.

풀보이.jpg

나도 쥐고선 물에 몸을 담가보는 순간

"회원님은 킥판 잡을게요"

킥판.jpg

네... 선생님 고맙습니다.

자 오늘은 발차기 연습시작이다. 애도 둘이나 낳는데, 발차기 이까 이것 잘할 수 있다.

나의 뇌와 몸을 가스라이팅 하며 발차기를 시작한다.

허허.

하나, 나의 몸은 다 따로 논다. 뇌, 팔, 엉덩이, 배, 허벅지, 무릎, 종아리 등등

벌써 이 상태가 한 달 보름 지속 중.


워낙 못해서 그런지 강사샘의 조언도 매번 바뀐다.

"회원님 어깨 힘 빼요!"

"회원님 배랑 엉덩이에 힘주고!"

"회원님 허벅지로 발 차야죠!"

하지만 나는 안다. 혼내는 거 같지만 츤데레 강사샘 내가 측은하신지 어깨를 토닥여 주실 때가 있다.


9월까지는 기존회원 재등록이 가능하고 10월부터는 신규 추첨으로 돌아간다.

답답한 나는 챗GPT에게 언제쯤 내가 자유형이 가능할까 물어보니

초보 수영자가 많이 하는 질문이라고 하며, 2~3달은 더 하라고 답해줬다.

3달 지나면 나도 과연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계속하며 움츠려 들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신규추첨에 떨어지기를 은근 나도 모르게 고대하고 있다.

(자발적 관둠은 싫어!)

한 편으로는 몸치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내일 수영을 갈지 말지 고민하며 이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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